이정현 '우병우 침묵'에 與 새지도부 '파열음'
이정현 '우병우 침묵'에 與 새지도부 '파열음'
  • 이원한 기자
  • 승인 2016.08.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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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계 불만 속출… 출범 보름 만에 '계파갈등 재현' 조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연합뉴스
친박(친박근혜)계가 장악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출범한 지 보름 만에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이정현 대표의 당 운영 방식과 정치적 행보에 대한 불만까지 더해져 새 지도부가 계파 갈등에 휩쓸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는 이 대표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거취 논란에 우 수석 관련 의혹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보이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우 수석 관련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그가 현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게 합당하지 않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심재철 국회 부의장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찰을 지휘하는 민정수석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다"며 "본인이 결백하다는 것은 믿고 싶지만, 그럴수록 아무런 제한 조치 없이 조사받아 깨끗하게 확인되면 되지 않겠는가"라며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전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우병우 수석 문제에 대해 침묵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주호영 의원은 전날 "이기고도 지는 싸움이 있고, 지고도 이기는 싸움이 있는데 우 수석 문제는 이기고도 지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민심만 보고 가야 하는데 당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해서 정리하고 있는지 걱정이다"며 "내년 정치일정에 선거가 많은데 우리는 구민만 보고 국민의 뜻을 전하고 받드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도 "이 대표가 호남 민심 행보를 하는 것 등은 좋지만 지금 국민이 가장 관심 있는 현안 등에 대해서는 조금 더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됐으면 한다"며 "최근 일련의 인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며 우 수석 문제를 지적했다.

비박계는 아니지만 중립성향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우 수석이 결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압박했다.

이처럼 비박계를 중심으로 우 수석의 사퇴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우 수석 문제와 관련해서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사안에는 견해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이 대표가 유독 우 수석 거취 문제에 대해서만 말을 아끼자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다는 지적도 많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그 말씀하시기 좋아하는 분이 왜 침묵으로 일관하냐"며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처신이 과연 민심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집권당의 대표인지 되새겨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누구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을 잘 아는 당 대표로서 자기가 지금 이 시점에 해야 할 처신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그걸 실행하는 게 이 대표를 선택한 우리 당심"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의 이같은 행보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최고위원은 "여권의 안정을 위해 우 수석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것 같다"면서도 "정치 현안에 대해 집권여당 대표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정말 떳떳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내부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최근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든 계파갈등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아일보] 이원한 기자 w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