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백남기 부검영장 집행 시도했다 철수
경찰, 백남기 부검영장 집행 시도했다 철수
  • 이준철 기자
  • 승인 2016.10.2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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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스크럼·바리케이드로 진입 막아 격렬 저항
종로서장 “유족 반대의사 존중해 오늘은 집행 안해”
▲ 故 백남기 농민의 시신 부검영장 집행에 나선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홍 서장은 "유족들의 반대의사를 존중해 오늘 영장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철수했다.ⓒ연합뉴스

경찰이 23일 고(故) 백남기(69)씨 시신 부검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유족 측의 반대로 결국 철수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백남기 투쟁본부 측에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 집행 방침을 통보한 데 이어 10시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형사들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현장에는 투쟁본부 측 수백명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정재호 의원, 정의당 유소하 의원이 모여 입구부터 경찰 진입을 막았다.

투쟁본부 측은 스크럼을 짜고 몸에 쇠사슬을 이어 묶은 채 강하게 영장 집행 시도에 저항했다. 영안실로 가는 길목에는 장례식장 내부 집기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일단 진입을 중단했다.

결국 경찰은 내부 논의를 거쳐 “유족이 직접 만나 부검 반대 의사를 밝히면 오늘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변호인을 통해 유족 측에 전달했다.

백씨의 딸 도라지씨는 “자꾸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를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만나고 싶겠나”라며 “부검영장을 강제집행하려는 꼼수로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완선 종로서장은 철수 전 기자들에게 “유족을 만나 충분히 협의하고자 했다”며 “오늘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직접 만나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24일 다시 영장 집행이나 협의를 시도할 것이냐고 묻자 홍 서장은 “아직 (영장 집행 시한까지) 이틀 남았는데 그 부분은 다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경찰은 이날 장례식장 주변에 경비병력 800명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신아일보] 서울/이준철 기자 jc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