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前 이사 "최순실이 회장… 청와대 전방위 지원받아"
미르재단 前 이사 "최순실이 회장… 청와대 전방위 지원받아"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1.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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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관심 많다고 해… 최순실-최경희 만난 적 있다고 들어"

▲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미르 재단을 직접적으로 운영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사진=연합뉴스)
'국정농단'의 몸통인 최순실(61)씨가 미르 재단을 직접적으로 운영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광고감독 차은택씨 추천으로 미르재단에 들어간 전직 이사진은 최씨를 재단의 회장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한선(48) 미르재단 전 이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20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5회 공판에 출석해 "최씨는 미르재단 운영이나 정책 등 큰 방향을 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최씨를 미르재단 회장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이사는 "최씨는 미르재단에 공식직함이 없지만 사무총장, 사무부총장 등과 함께 운영과 관련된 회의를 주재했다"며 "회의에서 재단에 이런 사업을 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고 회의했던 내용을 나중에 청와대에서 알고 연락도 왔다"고 밝혔다.

특히 "최씨는 미르재단 사업방향이나 운영과 관련해 지시를 내린 적도 있다"며 "미르에 상당히 영향력을 갖고 있는 분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이는 여태까지 '미르재단과는 상관없다'며 발뺌한 최씨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진술이다.

사실상 최씨의 회사인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가 미르재단 사업의 용역을 맡게 된 것도 최씨의 지시였다고 이 전 이사는 증언했다.

이 전 이사는 "미르재단과 플레이그라운드는 총괄파트너사업계약을 맺었다"며 "최씨가 지난해 1월께 회의에서 플레이그라운드가 미르재단 일에 관여를 많이 하니 일할 수 있게 방법을 찾아보라고 이 전 사무총장 등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가 이 전 사무총장에게 재촉하듯 2번 정도 얘기했다"며 "이 전 사무총장이 계약 없이 그냥 일을 주려고 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해 용역발주 형식으로 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이사는 2015년 10월초 차 전 단장의 소개로 신라호텔의 한 커피숍에서 최씨를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최씨가 '문화사업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 '돈 욕심을 내지 말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자'고 말했다"면서 "차 전 단장은 초반에 미르재단 인사와 운영에 개입했다. 재단이 어느 정도 안정된 후로는 차 전 단장은 재단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차 전 단장도 최씨처럼 미르재단에서 공식적인 직함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처음 만났을 때나 2~3차례 만났을 때 최씨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했냐"고 묻자, 이 전 이사는 "문화 쪽에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 전 이사는 최씨가 미르재단이 추진한 일명 '에콜페랑디' 사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도 증언했다. 이는 프랑스 요리학교와 제휴해 한국에 관련 요리학교를 개설하려던 사업이다.

최씨가 이 사업의 진행 경과를 챙기며 김성현 사무부총장과 여러 차례 통화했고, 회의 과정에서는 정부 부처와 협조가 필요한 게 있으면 상의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 전 이사는 에콜페랑디 사업과 관련해 여러 차례 청와대 회의에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비서관에게 '회의가 많아 귀찮다'는 태도를 보이자 이 비서관이 "V(대통령)가 관심이 많다"고 했다고 이 전 이사는 진술했다.

이 전 이사는 이날 미르재단이 추진했던 요리학교 개설 공간 문제로, 차씨 등과 함께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을 찾아간 일에 대한 증언도 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최 총장을 찾아가기 전 이미 "'최씨가 최 총장을 만났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오전 이 전 이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치고 오후에는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고 있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