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교과서 집필진 "집필 거부한다" 선언
검정교과서 집필진 "집필 거부한다" 선언
  • 박고은 인턴기자
  • 승인 2017.01.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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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로서 자괴감 든다…국정교과서 유사품만 양산할 것"

▲ (자료사진=연합뉴스)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7종의 고교한국사 검정교과서 집필진이 '집필 거부'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섰다.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집필자협의회(한필협)는 20일 서울 동대문구 역사문제연구소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역사 교과서를 폐기하고 현행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지 않는다면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총지휘부가 청와대였음이 드러났다"며 "교육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진두지휘대로 교과서 자유발행제로 가는 시대적 흐름을 거슬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역사교육계와 역사학계가 국정교과서에 많은 오류가 있고 편향적이라며 폐기해야 함을 주장했으나 교육부는 국정과 검정을 혼용하기로 했다"면서 3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한필협은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역사과 교육과정·검정 역사교과서용 집필기준 전면 개정 △검정 역사교과서 개발·제작 기간 최소 2년 보장 등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이번 거부 선언은 정부가 내년 3월부터 검정교과서를 국정교과서와 혼용하겠다면서 검정 기간을 1년6개월에서 1년으로 줄인 데 대한 대응 조치다.

교육부가 제시한 대로 검정교과서를 1년만에 제작·배포하게 하는 것은 졸속 집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필협은 "교육부가 제시한 촉박한 일정대로 검정교과서를 제작하도록 '국정교과서 편찬기준' 또는 그와 유사한 집필 기준을 강요할 것"이라며 "이대로 검정교과서를 집필하는 것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해온 대다수 국민과 올바른 역사교육을 지향해온 교사와 교수의 소명의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인 도면회 대전대 교수(비상교육)는 "검정교과서를 만들 때 집필이 약 1년 가량 걸리며 국사편찬위에 검정을 받는 게 6개월 걸린다"고 말했다.

김종수 군산대 교수는 "2015 교육과정은 처음에 만들 때부터 학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청와대의 지시와 영혼없는 교육부 관료에 의해 수정됐다"며 "학계에 검토된 적 없는 교육과정에 따라 붕어빵처럼 교과서를 써야 한다는 데 학자로서 자괴감이 들어 도저히 참여할 수 없다" 밝혔다.

한필협에 소속된 고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집필자는 총 53명이다.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을 제외한 7종의 검정교과서 집필진들이다. 이들 중 1~2명을 뺀 50여명의 집필자가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에 동참하기로 했다.

[신아일보] 박고은 인턴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