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 동시구속… 朴대통령 '정조준'
'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 동시구속… 朴대통령 '정조준'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1.21 0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검, '좌파 불만' 朴-金 '공감대' 의심…"반헌법적 중대 범죄"

▲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구속됐다. 사진은 20일 오전 김 전 비서실장(왼쪽)과 조 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화계 블랙리스트' 몸통으로 지목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이 동시에 구속됐다.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을 지시·주도한 혐의를 받아온 이들이 나란히 구속됨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반헌법적인 정책을 추진했다는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자연스럽게 특검의 관련 의혹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기각으로 주춤했던 특검팀 수사도 다시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1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각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3시 48분께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를 설명했다.

이 의혹으로 구속된 전·현직 고위 공직자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5명으로 늘어났다.

영장실질심사는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됐다. 특검팀에서는 수사2팀을 지휘하는 이용복 특검보를 비롯해 김태은, 이복현 검사 등이 참석했다.

김 전 실장은 오후 1시30분, 조 장관은 4시40분께 심사를 각각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구속 여부를 초조히 기다려왔다.

영장발부에 따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귀가 대신 대기하던 서울구치소에 즉각 수감됐다. 반세기 넘게 법조인이자 정치인으로 영화를 누려온 김 전 실장도 특검의 촘촘한 그물망을 벗어나진 못했다.

조 장관은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특검에 구속된 경우다. 민주당 등 야당은 구속 이전부터 해임건의안 제출을 공언하며 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바 있어 조만간 거취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2015년 2월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다.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 등 주요 선거 때 야당 후보를 지지했거나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이라고 판단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로 만든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조 장관 역시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2014년 6월∼2015년 5월 명단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조 장관은 작년 9월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명단의 존재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도 있다.

특검은 수사를 통해 '블랙리스트' 문건이 실재하며, 이로 인한 문화체육계 전반에 걸친 압박이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블랙리스트'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은 시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영화배우 송강호·김혜수·하지원, 영화감독 박찬욱·김지운 등 저명한 문화예술인들이 무더기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문건을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만들고, 교육문화수석이 문체부 차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검은 문건 제작 지휘자로 김 전 실장을 지목했고, 박 대통령 지시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중이다.

이에 따라 특검은 '늦어도 2월 초'로 예정한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때 핵심 혐의인 뇌물수수 의혹 조사와 별도로 블랙리스트 운영을 지시한 적이 있는지도 강도 높게 추궁할 계획이다.

또한 특검은 구속된 김 전 실장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외에 최순실씨(61·구속기소) 국정농단 묵인·방조의혹,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 사표 지시 의혹,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한 검찰수사 무마의혹 등에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한편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블랙리스트 운영에 관여했느냐는 위원들의 추궁에 '관여 사실이 없다, 모른다'는 취지로 거듭 부인한 바 있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