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특검, ‘고영태 파일’ 듣고도 묵인할텐가
[기자수첩] 특검, ‘고영태 파일’ 듣고도 묵인할텐가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2.14 10: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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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의 결정적인 내부 고발자가 되면서 ‘의인’으로까지 불린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녹음파일 하나로 국정농단의 주범이 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10일 검찰은 헌재의 요청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고씨 관련 녹음파일 2000여개와 녹취록 29개를 제출했다.

녹음파일에는 고씨가 대학 동기이자 친구인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 대학 후배인 박헌영 과장 등과 짜고 재단을 장악해 정부 예산을 빼돌리고 사익을 추구하려 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은 K스포츠재단을 사유화하려고 장시간 시도했으며 그 수단으로 언론에 최순실 게이트를 터트린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검찰의 스탠스가 문제로 떠오른다. 검찰은 작년 11월 이들 녹음파일을 확보한 상태였다.

어찌된 일인지 검찰은 이런 중요한 수사를 생략한 채 대통령을 공범이라고 단정하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는 국회의 탄핵동의안 소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씨는 일찌감치 천하의 못된 역적으로 구속됐으며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 등 청와대 참모들과 장차관 18명도 이미 같은 신세다.

총수들도 줄줄이 소환조사를 받았고 이재용 삼성부회장에 대해선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하지만 고씨는 수사에 제보와 협조를 한다는 이유에서 야당과 특검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씨는 녹음파일의 내용에 대해 “농담 식으로 한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참 ‘편리한’ 진술이다. 명백히 증거를 통해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누구에겐 의혹만으로 혐의를 씌우고 누구에겐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니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검찰과 특검의 편파수사는 이제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야당에 의해 추천됐더라도 야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특검이라면 고영태에 대한 철저한 수사부터 해야 마땅하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