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신간]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 박고은 인턴기자
  • 승인 2017.03.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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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 “한국 사회는 약자의 피를 먹고 전진하는 기계입니다. 그 전진 뒤에는 거대한 피해자집단과 억울한 죽음이 남습니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공감 부족이 아닌 사회적 공통언어의 부재에서 찾는다.

갖가지 매체나 시민단체 등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공감’에 기초한 무수한 말들이 쏟아졌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이 고통을 호소하거나 증언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흔히 사회는 소수자에게 어서 짱돌을 던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이 진짜 짱돌을 던졌을 때,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등 돌리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 소수자가 저항할 수 없는 이유를 묻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저항하는 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묻는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약자란 언제나 ‘불쌍한 사람’이며, 불쌍하기 때문에 우리가 시혜를 베풀어줄 수 있는 무기력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소수자는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이다. 소수자는 불우이웃이 아닌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왜 억울한 죽음이 끊이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개념’의 부재에서 찾는다. 여기에서 개념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일반적 지식이 아니라 언어생활에서 나타나는 경향을 지칭한다.

그는 말과 의미의 관계를 고정하려는 경향을 ‘개념언어’, 말과 의미의 유동적 관계를 활용하는 경향을 ‘정치언어’라고 정의한다.

또한 저자는 한국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불쌍한 존재’로만 바라보는 성향이 강하다고도 지적한다. 피해자가 정치적 권리의 주체가 아닌 피해자로서 가만히 있기만을 바란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예로 들면서 “한국에서 고통받는 집단의 문제를 사회 전체의 보편적 문제로 제기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강점과 경험에 호소하는 정치언어가 필요하다”며 “사회는 이들에게 관심을 주는 대신 더 불쌍하게 보일 것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박이대승 지음. 오월의봄. 324쪽. 1만6000원.

[신아일보] 박고은 인턴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