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 헌재 재판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일사천리 채택
이선애 헌재 재판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일사천리 채택
  • 이선진 기자
  • 승인 2017.03.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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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지명배경 논란에도 신속통과…'다운계약서' 뒤늦게 시인
▲ 이선애 헌재재판관 후보자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이선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후보자는 대법원장 몫으로 지명돼 인사청문회를 거치더라도 국회의 동의는 필요 없다. 헌재는 현재 7인 체제인데 황 대행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면 소장 자리를 비워둔 8인 체제로 가게 된다.

이 후보자는 지난 13일 임기만료로 퇴임한 이정미 전 재판관의 후임으로, 양승태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이력을 보니 '양승태의 공주'인가 싶을 정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김 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양승태 차장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올렸고, 양 차장의 사의가 반려되는 등 사태가 수습된 '보답'을 헌재 재판관 후보자 지명으로 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한 직후 후보자는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으로 2011년 위촉됐고,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제청됐다. 얼마 전 연임했고, 이번에 헌재 재판관 후보자로 또 추천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선애 후보자 지명을 두고 양 대법원장은 헌재를 고등법원 수준으로 보지 않느냐는 평가가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춘석 의원도 "후보자의 어떤 경력을 보고 추천했을지 납득이 잘 안 된다"고 혹평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양 대법원장과 개인적 인연은 전혀 없다"고 반박하면서 "(후보자 추천 제안에) 3∼4일 고민을 많이 하고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맡았던 '도가니법' 관련 사건과 '친일파 후손 변호' 사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비록 의뢰인의 편을 들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사건 수임을 거절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도가니법은 광주 인화학교의 장애인 학생 학대와 성폭행 사건 이후 사회복지법인이 외부추천이사와 외부감사를 선임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후보자는 사회복지법인 등이 제기한 위헌 소송에 참여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국가가 모든 것을 해주는 게 아니라 민간 복지에 의존하고 있다"며 "도가니법이 나오게 된 사건을 만들어낸 법인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법인 입장에서 헌재의 판단을 받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1942∼1944년 조선총독부 참위를 지낸 박필병의 후손이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대리한 데 대해서도 "참위로 활동한 사실만으로 반민족 행위를 했다고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구체적 친일 행위까지 요구하는 게 법 취지 아닌가. (최종심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거 남편 명의로 아파트 거래를 함에 있어 실제 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약서를 작성한 '다운계약서'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맡겼는데 당시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없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부적절한 다운계약서로 취·등록세를 적게 낸 부분은 다른 변명을 하지 않고 매우 부적절한 처사였다.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자는 이날 "재판관 이후 영리활동을 할 것인가"라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더이상 사적 이익을 위한 변호사는 하지 않겠다고 결단했다고 국민들 앞에서 열 번도 더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재판관 내정 이후) 많은 고민을 했고 (재판관이) 소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 포기하고 이쪽으로 오겠다고 생각했다"며 "(퇴임 후) 공적이고 봉사하는 활동을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여야 이견 없이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헌법재판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 등 사익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추가로 넣기로 합의했다.

그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65)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8대 0 만장일치 결론을 낸 건 국론통합을 뜻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이 전원일치의 의미를 묻자 "재판관들에게 여쭤보지 않았지만 (결정문을 보고) 고민이 많으셨구나 생각했다. 국민들에게 국론통합과 분열의 종식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론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를) 비판할 수 있지만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이 후보자는 숭의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92년 서울민사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했다. 이후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법 등에서 근무했다. 2004~2006년에는 헌재에서 헌법연구관으로도 일했다. 2006년부터는 법무법인 화우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 후보자는 다양한 재판에 관여해 이론과 실무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무에 대한 열의와 책임감이 강하고 통찰력과 인화력이 뛰어나 주변 사람들이 잘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딸을 둔 이 후보자는 "제가 키우는 두 딸이 더 평등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며 헌재 재판관으로서의 포부를 밝히면서 잠시 감정에 복받친 듯 목이 메기도 했다.

한편 법사위가 이날 청문회를 마치자마자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신속히 채택한 것은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헌재가 '7인 체제'로 장기간 운영돼선 안된다는 정치권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아울러 대선 국면인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신아일보] 이선진 기자 s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