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혈기왕성해 한다는 짓이 성범죄 모의라니
[기자수첩] 혈기왕성해 한다는 짓이 성범죄 모의라니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04.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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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45년 전, 혈기왕성한 대학교 1학년 때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너그럽게 감안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2년 전 펴낸 자서전에서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약물을 사용해 ‘성범죄’를 모의했다는 내용에 대한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변명이다.

대통령 후보가 과거 성범죄를 모의했다는 것도 황당한데, 그에 대한 변명으로 ‘혈기왕성’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입이 쓰다.

해당 사건으로부터 45년이 지난 지금의 대학가도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나아지지 않는 모양새다.

일례로 지난달 6일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는 모 학과 13학번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2년 넘게 성희롱을 해왔다는 내용의 익명 대자보가 붙어 논란이 됐다.

비단 연세대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명문 대학’으로 뽑히는 서울대, 고려대 등의 대학들도 모두 성범죄와 관련한 추문을 겪었다.

그리고 당시 논란이 된 사건의 가해자들은 모두 ‘농담 삼아’, ‘장난으로’, ‘어린 마음’에 저지른 일이라며 변명했다. 처벌도 학교 측에서 퇴학 하거나 징계를 주는 수준에서 그쳤다.

성범죄는 절대 치기어린 마음에 저지를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엄연히 큰 범죄다.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어린 마음에 저지른 ‘범죄’로 평생 허물기 힘든 상처를 안고 살아야한다.

하지만 피해자는 소문이 날까 쉬쉬하고 가해자는 당당하게 무용담을 늘어놓는 뒤틀린 성범죄 인식 속에 처벌마저 미미해 피해자들의 아픈 가슴을 후비고 있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인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대학과 정부는 보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성범죄 사안을 다뤄야 할 때다.

 

부디 보다 실속 있는 대책들로 대학가에 만연한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길 기대한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