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지속성장 선결과제 '은산분리 완화'
인터넷은행 지속성장 선결과제 '은산분리 완화'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7.04.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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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금리 경쟁 등 위해선 산업자본 지분율 확대허용 필수
▲ (사진=케이뱅크 홈페이지 캡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한 달을 맞아 하루 평균 1만 명에 육박하는 고객을 유치하고 대출과 수신 모두 올해 목표액의 절반 이상을 채우면서 금융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5일 금융위로부터 은행업 본인가를 받은 두 번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6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금융권에서 비상한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걸림돌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반격도 만만치 않지만 케이뱅크-카카오뱅크 간에 벌어질지 모를 출혈경쟁과 대규모 증자를 위한 은산분리 완화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달 3일 케이뱅크가 출범하면서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낮추거나 마이너스통장 무이자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지난달 6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영업을 시작한데 대해 "겁이 덜컥 났다"면서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인터넷은행의 위상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출범 초기에는 규모가 크지 않아 금리 경쟁이 가능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고객, 조직 등에 대한 관리 비용이 증가해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6월 중순 영업 개시하는 카카오뱅크와 출혈경쟁이 야기될 우려도 있다.

세계 최초로 인터넷은행을 도입한 미국에서도 무리한 금리 경쟁으로 인해 인터넷은행이 38개까지 늘었다가 2014년 기준 24개로 줄었다. 

인터넷은행이 안정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른바 '은산분리 완화'로 불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의 해결이 필수적이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주식을 최대 10%만 가질 수 있다.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소유해 '사금고'로 만드는 것을 위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돼있다.   

케이뱅크 설립을 주도한 것은 KT로 산업자본에 해당한다. 초기자본금 2500억 원 중 지분율은 KT 8%, 우리은행 10%, GS리테일 10%, NH투자증권 10%, 다날 10%, 한화생명 10% 등이다.

문제는 케이뱅크의 유상증자가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업계에서는 초기 자본금이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절반 이상이 소진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당장 대출을 위한 자금 확보가 시급할 수밖에 없다.

대출에 필요한 자금은 예금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자기자본비율(BIS) 12%를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다. BIS비율은 대출금을 포함한 위험자산을 자본금으로 나눈 수치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올해 목표대로 여신과 수신을 하면 연말에 BIS 비율이 11∼12% 정도가 돼 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케이뱅크가 BIS 비율을 맞추려면 2000억∼3000억 원 정도의 증자 규모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의결권 있는 지분이 4%에 불과한 KT는 유상증자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은행법은 은행이 유상증자할 때 모든 주주가 같은 비율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KT를 제외한 다른 주주가 유상 증자를 동의할 지도 의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지분을 34∼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업계에서는 5월 대선이 끝나면 국회통과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는 입장은 현재 기업들이 은행 대출보다는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했던 '동양종금 사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라고 일축한다.

반면, 금융업체가 인터넷은행을 할 수 있는데 굳이 산업자본에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길을 열어줘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경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를 완화해주는 내용의 인터넷은행법 통과를 위해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한상오 기자 hanso11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