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로자의 날이라도 쉴 수 있게 하자
[사설] 근로자의 날이라도 쉴 수 있게 하자
  • 신아일보
  • 승인 2017.04.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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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1일이 근로자의 날이다. 연휴 시작부터 희비가 엇갈린다. 취업포탈 인크루트 설문 조사 결과 이날 전체 근로자 37%가 근무 할 계획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 서비스업종 재직자들이 출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일부에서는 이미 지난29일부터 1일 근로자의 날,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에 이어 9일 임시공휴일까지 연휴 들어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징검다리 연휴 기간 근로자들의 연차 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징검다리 근무가 쉬게 되면서 최장 11일간이다. 경기 활성화의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어린이날과 주말인 7∼8일에 있는 6일(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결과 백화점·박물관·놀이공원 등의 매출이 급증해 내수 진작책 시행에서 적지 않은 재미를 봤다.그러나 상당수 중소기업은 연휴 기간 평일뿐 아니라 공휴일에도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250곳을 대상으로 5월 초 징검다리 연휴 기간(5월 1~9일) 임시 휴무 계획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54.0%만이 공휴일 사이에 낀 근무일인 5월 2, 4, 8일 가운데 1일 이상 임시 휴무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임시 휴무일을 지정하지 않는 이유로 ‘납품기일 준수’(33.3%)와 ‘일시가동 중단으로 인한 생산량·매출액의 큰 타격’(29.2%) 답변이 많았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금요일 4시 퇴근제 처럼 황금연휴도 결국 공무원과 대기업근로자들을 위한 것일 따름이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은 일하고도 임금을 못 받고 있는 근로자 규모가 2009년부터 매년 1조원을 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4년에는 1조3195억 원을 기록해 당시 일본의 131억 엔(100엔당 1100원가량인 환율을 적용하면 1440억원 수준)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수원지검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임금체불액은 1조4286억 원으로 2015년 1조2992억 원보다 9.9% 증가했다.

체불에 연휴도 즐길 수 없는 중소기업근로자,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은 상대적 박탈감만 더 심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제품납기일 차질 등을 우려해 휴일을 반납하고 근무해야 할 처지에 놓이고 보면 좌절감만 깊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근무시간 단축만 해서는 안 된다. 저임금 노동자나 중소기업에 준비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은 생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단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임시공휴일이 하루만 추가 지정돼도 생산성에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중소기업. 하루도 편히 쉴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도 애간장이 탄다. 방과 후 돌봄 교실, 어린이집 당번 교사 등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어 자녀를 맡기는 일로 동분서주하게 된다.

일자리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아닌 노동자 개인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한다. 임시공휴일에 근로자를 쉬게 하는 중소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정책자금의 우선순위를 배려하는 등 황금연휴로 인한 갈등의 골을 메울 방법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정치 논리로 진행되면 안 된다. 또 대선주자들도 당선 후 공약에 집착하지 말고 전체적인 일자리 파이를 키우고 균형 잡힌 정책을 만들어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