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인선 ‘장고 끝에 악수?'
금융위원장 인선 ‘장고 끝에 악수?'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7.06.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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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새 정부 개혁기조와 어울리지 않아
정치권, 시민단체, 전문가들 반대 한목소리

새 정부의 경제개혁을 주도해야 할 금융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청와대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기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김 전 위원장이 새로운 금융위원장으로 급부상 한 것은 가계부채, 청년 실업, 부실산업 구조조정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현실에 어울리는 인사라는 해석이다. 경제관료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과거 각종 금융 현안들을 해결하며 ‘대책반장’이라는 별명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기류가 형성돼 있어 김 전 위원장의 금융위원장 재임은 지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그만큼 금융당국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들이 김 전 위원장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크게 2가지다. 국부유출 논란을 낳은 2012년 ‘외환은행-론스타’ 사태의 핵심 책임자인데다 관치의 상징인 모피아(과거 재무부 출신 관료)라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해운업 사태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과 2008년에 농협경제연구소 대표 재직 당시 정부의 농협신경분리 졸속처리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청와대는 금융위원장 인선과 관련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 유력한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여당서도 반대 입장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노동계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기용에 대해 ‘무리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여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제법 크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지난 15일 반대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김영주, 이학영, 민병두, 전해철 의원 등도 김 전 위원장의 선임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진 의원은 “김석동 전 위원장은 모피아의 대표적 인물”이라며 “지난 2012년 당시 민주당에서 해임촉구 성명을 발표했을 정도로 부적격 인사”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도 새 정부 출범 당시부터 새 정부에서 배제돼야 할 관료 출신 인물로 (김 전 위원장을 거론하며) 성명을 발표했을 정도라는 설명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다른 후보자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다른 후보자를 찾아야 할 것 같다”며 “정책 방향에 대해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사를 찾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도 김 전 위원장 임명에 우려를 나타냈다. 추 대변인은 “론스타는 외환은행 헐값 인수와 먹튀 매각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5조 1천억 원을 추가로 요구하며 투자자국가소송(ISDS)까지 제기한 상황”이라며 “김 전 위원장은 론스타 소송의 관련 인물이고, 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모피아 절대 불가 목소리 높아

김 전 위원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금융소비자연맹과 금융노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등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김 전 위원장의 금융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것은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나,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나, 백 번 잘못된 결정”이라며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다시 판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연맹도 “김 대표는 공직 재직 시절 모피아와 관치금융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내고 반대 입장을 15일 밝혔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새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인 만큼 금융위원장은 새 정부의 개혁 계획에 맞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성명을 통해 “각종 위기 국면에서 보여준 그의 정책집행 철학은,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관치의 확신범에 가까운 행보였다”며 “새 금융위원장 후보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시정해야 한다는 철학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 설득과 타협을 이끌어갈 리더십을 겸비한 인물이 인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금융계 적폐 세력의 대표 인물이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에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노총은 ”김 전 위원장은 2003년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던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금융위가 편법으로 허가해 줄 당시 실무 책임자이며 2012년에는 위원장 신분으로 론스타의 4조원 먹튀를 허가해 줬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활용해 정치적 목적을 관철해 본 경험이 있는 관료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는 새 정부의 개혁기조와는 배치되는 기준이라는 평이다. 금융개혁과 사법개혁이 동시에 완수돼야만 경제민주주의가 가능한데 관료출신으로는 금융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혁를 위한 긴 연쇄고리의 첫단추를 모피아에게 다시 맡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금융감독 개혁을 관료에게 맡겼기 때문에 안됐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모피아 출신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개혁도 시끄럽기만 하고 별 성과를 내지 못할 것”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금융위원장 하마평이 오르내린 인물은 이동걸 동국대학교 초대교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등이다.

[신아일보] 신승훈 기자 sh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