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비 개입, 또 다른 규제일 뿐이다
[사설] 통신비 개입, 또 다른 규제일 뿐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6.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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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예고 한 대로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22일 발표했다. 선택약정할인율을 올리고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를 골자로 하고 있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서 기본료를 폐지하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목청을 높여 왔지만 이번 인하 방안에서는 기본료 폐지는 빠졌다. 이통사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결국 통신요금 인하의 핵심 방안으로 선택약정 할인폭 확대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내걸었던 기본료 1만1000원 인하 공약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시민단체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받을 가능성이 있다.

취약계층에 특화된 통신료 감면 조치는 적극 환영받을 만하다. 기본료 항목의 1만1000원을 할인해 주는 방안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 약 583만 명의 이용자가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택약정 할인은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선택약정 할인은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가 이용자에게 주는 지원금을 분리하는 제도로 출고가 부풀리기 관행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이동통신사가 독점하다시피 한 단말기 유통경로도 넓혀 경쟁을 유도한다는 깊은 뜻이 있다.

그러나 고가 요금제의 소수 이용자에게만 큰 혜택이라는 지적이다. 일례로 10만원 요금제 가입자의 경우 25%요금 할인을 받게 되면 월 2만5천원을 할인받지만, 3만원 요금제 가입자들의 할인액은 월 7500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할인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을 권장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고가와 저가 요금제 가입자 간 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공공와이파이 확충으로 데이터 사용 요금을 줄이겠다는 방안도 질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와이파이는 그동안 인터넷이 자주 끊기는 등 품질이 떨어져 대중적인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공공와이파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확충과 함께 품질 개선 노력도 병행돼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 통신비 인하 정책을 놓고 정부와 이통업체 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단기적인 요금인하 효과와 함께 장기적으로 점차적인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고무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이통사는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입장이다.

전체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모바일 이동통신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 평균 14만원을 훌쩍 넘는 등 통신비는 가계 부담에서 가장 큰 항목이라고 지적돼 왔다.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는 통신비 인하 정책을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개입해서 통신비를 인위적으로 내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포퓰리즘 정책으로는 과다한 통신 요금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시정조치를 내리고, 그러면서 통신 요금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하도록해야 한다. 관치로 인해 시장 합리성이 도전받아선 안 될이다.

이날 국정기획위는 단통법 개정을 통해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분리공시제 도입과 통신 시장에 진입규제를 등록제로 완화해 경쟁 활성화를 촉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시장 경쟁을 유도해서 자율적으로 요금을 인하 하는 방법이 모양새도 좋을 뿐아니라 불협 화음도 나오지 않는다. 정부의 통신요금 개입은 건전한 시장 경제에 반하는 또 다른 규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