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엇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인가
[기자수첩] 무엇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인가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07.2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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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대형마트 못가게 한다고 사람들이 전통시장 가겠어요?”

한 백화점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유통산업의 진흥과 발전, 건전한 상거래질서 회복이라는 취지와 달리 이 법은 유통업계 전반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된 상황이다.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강제휴업 등 영업규제로 대형마트의 매출은 약 21%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영업이익이 늘어야 할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의 매출도 12.9% 감소했다.

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SSM) 등을 아무리 규제하더라도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전통시장으로 옮길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조사 결과다.

여기에 시장질서에 국가가 어설프게 개입하는 것이 실효성을 거두기는 힘들다는 지적까지 등장했지만 대규모 점포의 입지 제한이 가능토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까지 추가로 발의된 상태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지난 19일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대형마트 수준의 영업제한을 도입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소식에 각 유통업체들은 움츠리고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실제로 취재차 만난 신세계와 롯데 등 주요 업체 관계자들은 정부의 ‘규제 드라이브’에 추가적인 쇼핑몰 진출 계획을 시행단계로 옮기기 부담스럽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처럼 기업의 투자와 사업확장이 위축되면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정부의 규제로 각 업체들이 사업에 소극적인 상황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리 만무하다.

지난해 9월 개장한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3만4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직·간접 고용 포함)를 만들어냈다. 업계에서는 대형 쇼핑몰 1개가 들어서면 5000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긴다고 보고 있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중소상인들의 피해도 생각해봐야 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휴일 강제휴무 조항을 담고 있다. 때문에 복합쇼핑몰에도 이같은 규제가 가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상인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본래 의도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거나, 지금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를 ‘정부실패’라고 지칭한다.

시장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명목’에만 집중한 규제는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유통산업의 순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규제 일변도의 정책 방향성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