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부동산 위기설이 재점화되면서 증권사들이 좌불안석이다. 지난해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증가한 데다, 1분기 건설사 신용도마저 하향 조정된 탓이다. 금융당국은 위기는 없다고 시장을 달래고 있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8일 금융 업계 등에 따르면, 고금리 지속과 건설사 미분양 등 영향으로 올해 초 역시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은 상황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만 부도난 건설사는 9곳으로 전년보다 3배 늘었다. 여기에 폐업 건설 업체는 지난 2월 68곳으로 1년 만에 33.33% 증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사 신용등급마저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4년 2~3월에 GS건설과 신세계건설, 한신공영, 대보건설 등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이 떨어졌다.
GS건설은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신세계건설은 A(부정적)에서 A-(안정적), 한신공영은 BBB-(안정적) 에서 BBB-(부정적), 대보건설은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 등으로 조정됐다.
홍석준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지난해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정부의 PF 구조조정 추진을 기점으로 PF 보증 현장의 사업성 저하에 따른 부실 우려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올해 본격적인 분양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금리와 냉각된 투자심리 등 건설사에 비우호적인 조달여건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당시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 대거 투자한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과 연체율도 전년 대비 증가해 부담을 키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증권사 대출 잔액은 7조8000억원으로 전년(4조5000억원) 대비 73.33% 증가했다. 또 같은 기준 연체율도 13.73%로 전년(10.38%) 대비 3.35%포인트(p) 늘었다.
이에 4월 부동산 위기설이 떠오르면서 정부와 당국은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국장급 이상 간부들과 현안 점검 회의를 통해 "최근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등과 관련해 일부 시장 우려가 있으나, 정부와 유관기관들이 충분한 대응 수단을 확보해 일관성 있게 관리하고 있어 시장 불안 요인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당국 달래기에도 4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는 시장에서는 물론 당국 내부에서도 계속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당국이나 정부에서 부동산 PF 위기가 없다지만,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며 "만약 정부나 당국에서 '부동산 PF 위기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그 파장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을 안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증권업계 관계자 역시 "부동산 PF 시장 악화가 장기화되고 사업장들의 만기가 다가오며 부동산 PF 위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와 당국과는 온도 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