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여파 금융시장 불확실성 안정화 숙제 남아
"중요한 시기에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 7월4일 금융당국의 새로운 수장 후보로써 언론 앞에 첫 선을 보인 김병환 금융위원장(1971년생)의 말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가계부채, 밸류업 등 수많은 과제를 앞에 둔 그의 표정은 다소 무거웠다.
기획재정부 1차관이었던 김 위원장은 금융과 거시 경제에 밝은 정책통으로 알려지며 대내외 고금리 기조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당시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금융위원회로 개편된 이래 최연소 위원장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면 과제 중 첫 번째로 부동산 PF를 꼽았다.
그는 "하반기 금융시장의 다양한 리스크 중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를 가장 우선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마련된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에 따라 정리한다면 하반기에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금융권은 부동산 PF 리스크로 인한 조달·대손 비용 증가와 부실여신 증가로 골머리를 앓는 상태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금융사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무려 134조2000억원이었다. 연체율은 3.6%로 특히 증권사(17.6%)와 저축은행(11.3%), 여신전문금융사(5.3%)가 높게 나타났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PF 연착륙을 시행하고 있다. 은행·보험업권 PF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자금 공급을 지원하고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등 정상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역대 최대치로 불어난 가계부채도 주요 과제였다.
7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710조7558억원으로 단 4영업일 만에 2조1835억원 늘었다. 은행 가계대출은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두 달 연기가 주택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우리 경제가 부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연기가 부동산 시장을 부추긴다는 것은 과한 해석 같다"며 "올해 가계부채 역시 성장률 범위 내에서 관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이어가며 대출 조이기를 진행하고 있다. 매달 잔액 증가 폭은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정식 선임 이후 줄곧 바쁘게 업무를 이어오던 김 위원장은 10월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 섰다.
이번 과제는 10월말 시행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였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간편한 보험금 청구를 위해 병·의원 등에서 보험사로 보험 청구 서류를 전자적으로 전송해 주는 제도다.
다만 당시 민간병원 참여율이 2.8%에 그쳐 비판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부족한 상태로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방안을 마련한 상태"라며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것인 만큼 제도 시행 이후 병원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요인들을 계속 만들어 가겠다"고 답했다.
2024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김 위원장에게는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과 탄핵 여파로 요동치는 경제 상황을 수습하는 과제가 남았다.
12월10일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연 간담회 현장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경제만큼은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의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