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출 현황…연체율 9년6개월 만에 최고치
국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64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소비 부진 충격에 자영업자들의 금융기관 대출 의존도가 커진 결과다.
이 가운데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 갚은 금액은 18조원 이상이며, 이 또한 역대 최대 규모다.
29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국회 기획재정우원회)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이다.
이는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기록이다. 2분기 말(1060조1000억원)과 비교해 석 달 새 4조3000억원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0.1%로 떨어져 급증세가 진정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올해 1분기 0.3%로 반등한 뒤 2분기와 3분기 모두 0.4%를 유지하며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자영업자 대출을 종류별로 나눠보면 사업자 대출이 711조8000억원, 가계대출이 352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사업자 대출 잔액 역시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자영업 대출자 가운데 다중채무자 대출 잔액은 3분기말 기준 75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3부기(755조6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이들 177만4000명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3000만원이다.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대출자를 말한다. 이 상태의 자영업자는 더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한계 상태로 추정된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3분기말 총 18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2분기 말(15조9000억원)보다 2조2000억원 더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연체액 증가 폭은 올해 1분기 2조5000억원에서 2분기 5000억원까지 줄었다가 다시 커졌다.
연체액이 늘면서 연체율 오름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3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70%로, 2분기(1.50%)보다 0.20%포인트(p) 높아졌다. 1.70%는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최근 저소득·저신용 자영업 대출자가 늘어난 데 유의해 채무 상환 능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선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