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실에 대해 명확한 근거도 없이 마음대로 추측하고 판단할 때 소위 ‘궁예질을 한다’고 표현한다. 이는 후삼국시대 궁예가 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관심법’을 터득했다고 주장하며 횡포를 일삼은 것을 비꼬며 만든 신조어다.
이런 신조어의 생성은 그만큼 현실에서 근거 없는 추측이 난무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정황과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각종 사건사고에서 궁예질은 더욱 활개를 친다.
최근 발생한 '파주 버스 뒷문 끼임 사망사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19일 경기 파주에서 20대 여성 A씨가 시내버스에서 하차하던 과정에서 뒷문에 끼여 10m 가량 끌려가다 넘어진 뒤 뒷바퀴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건이 보도되자, 다수의 사람들이 A씨의 사망을 안타까워하며 애도했다. 하지만 일부는 A씨가 휴대폰을 하느라 앞으로 제대로 안 봤을 거라고 추측하거나, 딴 생각을 하다가 문이 닫히기 직전에 급히 내리느라 사고를 당했을 거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버스 내부 cctv 영상의 화질이 좋지 않아 정확한 사고경위가 파악되지 않은 데다, 뒷문에 낀 것이 옷인지 팔인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이에 유족들은 허망하게 떠난 A씨에 대한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쉽게 뱉은 말은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도 쉽게 내기 마련이다. 사고와 관련해 모든 것이 부정확한 지금, 근거 없는 추측으로 어설픈 탐정을 자처하기보다 명확한 사고 원인을 기다려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야할 때다.
/권나연 스마트미디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