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무역 의존도는 80%에 육박한다. 글로벌 경기가 불황일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농수산식품, ‘K-푸드’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수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10월말 기준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약 100억3000만달러(13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9.3% 늘었다. 수출물량은 3.5% 증가한 413만여톤(t)이다. 수출국은 200여개국에 이른다. 글로벌 경기침체, 국제 곡물가 상승 등 대외적인 리스크가 많았음에도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일찍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2년 연속 K-푸드 수출 100억달러는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세일즈 한 결실이다. aT는 농수산식품 수출지원기관으로서 수출 초보·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정보 제공, 유망품목 발굴, 판로 개척, 온·오프라인 맞춤형 마케팅 등 다방면으로 밀착 지원했다. 최근 개최한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Buy Korean Food)에서는 해외 34개국에서 온 바이어 133개사와 국내 수출업체 199개사 간 주선을 통해 350억원 상당의 수출상담성과를 거뒀다.
기업들도 해외에 한국의 식품 콘텐츠를 알리는데 여념이 없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난 ‘비비고’를 앞세워 만두, 치킨, 즉석밥 등을 세일즈하면서 올 3분기 식품사업에서만 3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분기 사상 최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영국법인을 설립하고 K-푸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시장에서 2027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라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올해 출시 10주년을 맞았다. 누적 판매량만 40억개로 전 세계 소비자 2명 중 1명꼴로 맛본 셈이다. 올해엔 수출 첫 4억달러를 바라본다. K-라면 수출은 올해도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상은 ‘종가’로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높였고, ‘BBQ’와 ‘파리바게뜨’는 각각 본고장인 미국, 프랑스에서 매장을 내며 한국식 치킨과 제빵을 알리고 있다. ‘두끼’는 동남아에서 떡볶이 한류를 이끈다.
유통채널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에 한식간편식(HMR) 개발을 맡는 ‘푸드 이노베이션 랩’을 오픈했다. 새벽배송 1위 마켓컬리는 싱가포르의 최대 온라인 식품 플랫폼과 손잡고 현지에 칼국수, 만두 등 냉동 한식 간편식을 판매 중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교포 외에 누가 한국식품을 먹겠냐’며 수출 100억달러가 너무 거창한 목표라는 의문이 많았다. 하지만 K-푸드 세일즈가 속도를 내면서 현실이 됐다. 수출 200억달러 달성도 결국 세일즈의 힘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