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새로운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작가의 예술과 산업융합 △글로벌 환경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푸드테크 △취업혁신 △여성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매주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달 마무리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잼버리)행사와 관련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책임소재를 두고도 중앙정부, 지자체 및 조직위원회 간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감사원 역시 종합감사를 통해 잘잘못을 가리겠다고 한다. 행사를 둘러싼 여진은 계속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현재 국가나 지방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국제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행사들에 대해 추진 취소, 예산의 축소와 같은 부정적 효과를 미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잼버리 사태에서 보듯 국제적인 MICE 행사들은 성공적 개최의 경우 커다란 사회,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켜 국가 또는 지방의 성장동력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준비 부족으로 인해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주최국가나 지방정부의 신뢰 및 브랜드 하락과 같은 부정적 효과들을 초래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20여년 다양한 형태 및 분야의 국제적인 MICE 행사들을 기획 및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고양 데스티네이션 위크'라는 국제적인 MICE 전문 세미나를 7연 연속 개최해오고 있다. 이러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MICE 행사의 유치와 개최 관련 중요한 고려사항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제적인 행사를 유치 또는 자체 개발하면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점은 ‘왜(Why)’에 관한 것이다. 행사를 유치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행사 개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 특히 대규모 재정적 지원이 수반되는 행사의 경우 분명한 유치 목적과 더불어 창출하고자 하는 이익 및 파급효과 역시 투입되는 자원대비 효과가 훨씬 크고 분명해야 한다. 최근 MICE 산업의 국제적 경향은 행사로부터 창출되는 효과들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기대효과를 의도적으로 창출하는 것을 기획하기도 하는데 이를 ‘MICE 유산(legacy)’이라 칭하기도 한다. 물론 이번 잼버리 대회와 같이 100여개국 이상에서 참가하는 글로벌 이벤트의 경우 행사 유치 자체만으로도 주최 국가 및 지방의 브랜드 향상과 더불어 지역 문화, 산업적 우수성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유치가 성공적 개최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사항으로는 행사가 누굴 대상으로 또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는 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MICE 행사의 경우 참가자 및 행사 유형에 따라 참가자 등록, 진행, 의전, 식음, 콘텐츠 구현 방식 등에 있어 우선순위가 다르며 참가자 유형에 따라서는 불편을 대하는 방식 역시 다른 만큼 이 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각각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는 행사의 개최 시기 및 개최 장소의 적절성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특히 계절적 요인과 개최지 환경은 극복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행사 운영에 있어 불필요한 자원 투입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예산의 증가로 이루어질 수 있기에 적합한 시기에 주변환경과 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 번째 요소로는 행사 준비 및 운영의 주최를 누구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있듯 행사는 주최 기관과 실행 기관의 역할이 다르며 요구되는 전문성 또한 다르다. 주최 기관의 행사 자체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효과적 대응 관련 전문 운영업체의 지식과 경험을 넘어설 수는 없다. 따라서 주최 기관과 행사를 대행하는 전문가 집단이 함께 역할과 책임을 나누고 이에 따라 행사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것이 성공적 행사를 담보할 수 있다.
마지막 요소로는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부의 예산이 대규모 투입되는 경우 특히 전체 예산을 수입과 지출 양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수입의 경우 지원 예산외 등록비, 후원 등 추가 예산의 확보 방안을, 지출의 경우는 수입 규모 대비 지출 항목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MICE 행사는 잘 그려진 도면과 주어진 예산을 바탕으로 매 순간의 선택을 통해 최고의 건물을 짓는 건축 작업과도 같다. 나쁜 행사는 없다. 나쁜 장소도 없다. 다만 미숙한 준비와 운영이 나쁜 행사를 만들 뿐이다.
/ 이상열 고양컨벤션뷰로 사무국장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