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에만 '한은 마통' 32.5조 땡겨쓴 정부
1분기에만 '한은 마통' 32.5조 땡겨쓴 정부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4.04.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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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만 35.2조 '역대 최대'…이자만 640억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정부는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올해 1분기에만 한국은행(한은)에서 33조원 가까이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지난 2011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지급할 이자만 640억원에 달한다.

14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은 총 3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1분기 대출 잔액이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시중은행 마이너스 통장과 유사하다. 

1∼3월 누적 대출액은 45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1분기 총 45조1000억원을 빌렸다가 12조6000억원만 갚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른 이자 규모만 638억원에 달한다. 한은은 정부로부터 해당 이자를 2분기에 받을 예정이다.

특히 올해 3월 일시 대출액(35조2000억원)은 14년을 통틀어 월별 사상 최대 수준이다.

코로나19로 방역 등 돈 쓸 곳이 많아진 2020년 1분기(14조9130억원)보다도 많다. 

정부가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많이 이용했다는 것은, 결국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잦다는 뜻이다.

다만 통상 1∼3월은 세수가 별로 없어 한은 일시 차입이 많은 시기다.  
 
마이너스통장과 마찬가지로 한은 대정부 일시 대출금에도 정해진 한도와 상환 기한, 이자율이 있다.

1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의결한 '대정부 일시 대출금 한도·대출 조건'에 따르면, 올해 한도는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을 더해 최대 50조원이다.

이에 부족한 재정을 재정증권 발행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공개되지 않고 손쉬운 한은 일시 차입에만 의존할 경우 국회나 국민이 재정 상황을 투명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