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2023년)을 시작으로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둘째, 셋째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취업혁신 △서민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2014년 기준 핀란드의 법정 법인세율은 전년 대비 18% 감소했지만 고용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0.4% 감소했다. 그러나 2018년 기준 미국의 법정 법인세율이 40% 감소하자 고용은 1.6% 증가했다. 법인세율 감면에 따른 고용 변화가 왜 이렇게 다르게 나타날까? 그 답은 노조협상력에서 찾을 수 있다.
각국의 노조협상력 수준은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행하는 ‘글로벌경쟁력보고서’에 수록된 노사관계지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노사관계지수는 노사관계가 대립적인지 아니면 협력적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노사관계지수는 값이 낮을수록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다. 반대로 높을수록 협력적임을 의미한다. 노조협상력이 클수록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의 요구가 커져 노사관계는 대립하게 된다. 따라서 노조협상력과 노사관계지수는 반비례한다.
2014년 기준 핀란드의 노사관계지수는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즉 핀란드의 노조협상력은 강화됐다. 반면 2018년 기준 미국의 노사관계지수는 5.4% 증가했다. 핀란드와 반대로 미국의 노조협상력은 약화됐다. 노조협상력이 강화된 핀란드에서는 법인세율이 줄어도 고용이 감소했지만 노조협상력이 약화된 미국에서는 법인세율 하락에 따라 고용이 증가했다. 한마디로 법인세와 고용 간의 관계는 노조협상력에 따라 달라진다.
핀란드와 미국 사례를 보다 일반화하기 위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국가의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자료를 활용해 법인세와 고용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봤다. 노조협상력이 강화될 때 법인세율을 감면하면 고용이 줄어든다. 반면 노조협상력이 약화될 때 법인세율을 감면하면 고용이 증가한다.
이런 분석은 단순한 상관관계 분석이기 때문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인과관계 분석이 필요하다. 필자가 속한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의 최근 연구는 상기 상관관계 분석결과를 뒷받침해준다.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 법인세율만 10% 낮추면 일자리가 미미하지만 감소한다. 반면 중소기업 법인세율을 10% 낮추면서 노조협상력을 10% 같이 인하하면 일자리가 2년간 90만5000개 증가한다. 또한 대기업 법인세율을 10% 낮추면서 노조협상력을 10% 같이 인하하면 일자리가 2년간 84만9000개 증가한다. 요약하면 노조협상력이 약화될 때 법인세를 감면할 경우 일자리가 증가한다.
이런 결과가 발생되는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 법인세율만 낮추면 가계에서는 배당소득 또는 성과급이 증가해 노동공급시간을 줄인다. 노동공급시간이 줄면 임금이 상승한다. 임금 상승효과로 일자리가 조금 감소한다. 반면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 법인세율을 낮추면서 노조협상력을 같이 인하하면 임금 프리미엄이 크게 감소한다. 이로 인해 일자리가 증가한다.
이 분석결과는 법인세 감면의 고용증가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노조협상력을 줄여야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나라의 노조협상력 수준은 2019년 기준 141개 국가 중 12위다. 다른 OECD 국가들이 하위권에 머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노조협상력은 쟁의행위를 통해서 강화된다. 따라서 세계적 수준의 노조협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사업장 내 쟁의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를 허용해야한다. 이 두 가지를 통해 노조는 협상력을 강화시켜왔다. 미국, 일본, 독일과 같은 선진국들은 사업장 내 쟁의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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