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2023년)을 시작으로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둘째, 셋째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취업혁신 △서민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3월 '1700억짜리 키즈카페가 된 컨벤션센터'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가 국내 유력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서울을 제외한 지자체가 건설해 운영 중인 컨벤션센터 14곳 중 10곳이 적자이고 가동률 역시 적정수준인 60%에 미치지 못해 키즈카페 또는 돌잔치, 결혼식 장 등 본래의 목적에 맞지 않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컨벤션센터 건설이 지자체장의 치적사업으로 전락한 만큼 건립 시 더욱 면밀한 수요 예측과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기사를 계기로 참 많은 기사와 다양한 의견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분출됐다. 한편으론 지역 컨벤션센터 건립의 당위성과 활용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필자는 이번 기고를 통해 각 지방 컨벤션센터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2023년 6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서울 3곳, 수도권 4곳, 충청권 1곳, 동남권(부산,창원) 2곳, 대경권(대구,경상) 4곳, 호남권 2곳(광주,군산), 제주 1곳 등 총 17개 컨벤션센터가 운영 중이다. 또한 청주, 천안, 포항, 전주, 강릉 등 여러 도시에서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에 있다. 이러한 컨벤션센터의 지속적 건설과 적자 운영 상황이 지자체장의 과시욕으로 인한 결과물로만 평가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난 20여년간 MICE 산업은 코로나 상황을 제외하고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코로나 이후엔 성장세를 빠르게 회복해 2023년 기준 코로나 이전의 80% 수준까지 회복했다. 앞으로도 지속적 성장이 예측된다. 컨벤션센터는 MICE 행사 개최를 통해 고부가가치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인 동시에 전시 및 회의를 통해 지역의 지적 자산과 산업자원이 교류하는 장소다. 이를 통해 경제,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지역의 교역거점으로서 역할을 하는 곳인 만큼 컨벤션센터 건립을 통해 지역 내 MICE 산업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경제발전 동력을 만들어 내려는 지자체의 노력은 평가받아야 한다.
컨벤션센터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센터 건립과 함께 지역의 MICE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센터 건립만으로 지역 MICE 산업이 완성되진 않는다. 컨벤션센터는 MICE 행사가 개최되는 장소로서 지역 MICE 산업의 구심점이지만 MICE 산업 전체는 아니다. 그러므로 CVB(Convention & Visitors Bureau)라 불리는 MICE 전담 조직과 함께 MICE 주최자 네트워크 구축, 인재 양성, 지역 내 MICE 서비스 공급망 구축 및 산업생태계와의 연계 방안 구축 등을 통해 지역만의 지속가능한 MICE 생태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건물이 지어지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인식으로 컨벤션센터를 지으면 안 되는 것이다. 현재 지역 컨벤션센터의 문제점과 한계 대부분은 이러한 지역 MICE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 없이 건물만 지었기 때문에 발생한다.
또한 지역주최자들의 MICE 행사 개최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지역 컨벤션센터 운영은 외부 주최자 대관이나 센터 자체 행사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만으로는 적정 가동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역의 대학, 기업, 협회, 지방 정부 및 공기업과 같은 지역주최자들의 행사개최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주최자들이 감당하기엔 컨벤션센터의 대관료 그리고 행사를 위한 추가적인 비용은 비싸기만 하다. 지역에 있을 뿐이지 나와는 관계없는 시설이다. 따라서 컨벤션센터가 지역주최자 유치 의지와 방안을 먼저 제시하고 대관료 지원 및 할인과 같은 현실적 어려움은 지방 정부 또는 의회와 논의를 통해 지역주최자들의 컨벤션센터에서의 행사 개최를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컨벤션센터와 MICE 산업을 통해 창출된 경제적, 사회적 효과들을 정기적으로 측정해 시민들과 적극 공유해야 한다. 효과가 아무리 크다고 한들 알리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다.
지역 컨벤션센터는 건립 자체로 지역 MICE 산업 활성화와 파급효과가 창출되는 황금 거위가 아니다. 센터가 지역의 산업, 문화적 거점시설로서 지역을 포함한 다양한 주최자들이 MICE를 통해 교류하고 교역함으로써 주최자와 지역이 가시적 효과를 만들어 낼 때 비로소 센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열 고양컨벤션뷰로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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