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2023년)을 시작으로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둘째, 셋째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취업혁신 △서민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한국은 저출산과 높은 기대수명으로 인해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 속도는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7%(고령화사회)에서 14%(고령사회)로 2배 증가하는데 18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본보다도 빠르다. 특히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43.4%)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OECD 평균(14.8%)의 약 3배 수준이다.
한편 유병 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건강수명)은 2018년 기준 64.4세로 나머지 18년 동안은 의료에 연명한다는 의미다. 향후 한국의 고령화가 점차 심화되면 노인복지 및 의료 지출 비율이 적지 않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고령화와 기대수명 등의 요인은 정년 이후 집에서 노후를 보내던 과거와 달리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로를 원하거나 근무할 수밖에 없게 하는 원인으로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년 이후의 근로계약과 관련해 주목만한 대법원 판례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계약이 여러 차례 갱신되면 갱신 기대권이 발생하고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부당해고가 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정년으로 퇴사한 이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계약해 근무하는 형태를 일반적으로 촉탁 계약직이라 부르며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이러한 촉탁계약직의 경우는 여러 차례 계약이 갱신되어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동안 노동위원회(중노위2009부해356, 2009.07.20. 외 다수)와 판례(서울행법2012구합37548이 다수)의 주류적 입장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갱신기대권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판례는 기존 주류적 입장을 번복해 촉탁계약직에 대해서도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판례를 내놓았고(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이후 하급심에서도 대법원 판결과 같은 입장을 내놓은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판례 요지를 보면 “정년에 도달한 후에 촉탁직으로 재고용된 근로자의 경우 촉탁직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으나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의 경우 촉탁직으로 재고용될 것이라는 기대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많은 고령인구와 65세의 건강수명이라는 현실에서 촉탁계약의 발생은 더욱 자주 일어날 수 있고 위의 판결은 노년층의 고용 기회를 확대한 긍정적인 면이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촉탁계약직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갱신기대권으로 인해 계속 근무할 수 있다면 언제까지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담이 남게 된다. 즉 해고, 사망, 사용자 파산 등의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 정년 이전의 기간제 근로자는 갱신기대권이 있더라도 최대 정년까지가 고용을 유지하면 되나 정년 이후 갱신기대권이 인정된 경우에는 고용을 종료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탄력적 인력운영을 위해 노년층을 채용하는 사용자에게 있어서 채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고 인력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청,장년층으로 채용을 변경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년층의 고용 기회를 확대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 변경은 시대적 흐름과 부합하고 환영할만한 하다. 그러나 그에 따른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이 함께 요구된다. 노·사중 한쪽만을 위한 선택은 그 취지와 달리 결국 좋지 않은 방향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음을 우리는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곤 노무법인 아성 대표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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