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미약품 집안싸움, 끝나긴 할까
[기자수첩] 한미약품 집안싸움, 끝나긴 할까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4.09.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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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의 단골주제 중 하나로 재벌가 형제자매간 알력다툼을 꼽을 수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만 봐도 그렇다. 진양철 회장이 일군 순양그룹을 차지하기 위한 아들·딸, 첫째 손자와 막내 손자 등 등장인물들의 신경전이 드라마를 이끄는 핵심이었다.

이는 드라마·영화 소재만은 아니다. 실제로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재벌가들이 편을 갈라 경영권을 차지하려고 집안싸움을 벌인다는 뉴스를 생각보다 자주 접하게 된다. 한 배에서 난 형제자매지만 돈 앞에는 장사가 없는지 서로를 헐뜯기 바쁘다.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드라마·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가 딸과 손잡고 아들들과 맞붙었다. 바로 한미약품그룹의 이야기다.

시작은 올해 1월 모친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데 대해 장·차남 임종윤·임종훈 사내이사가 반기를 들면서다. 이후 장·차남 측의 소송제기와 특수관계인 정리, 모녀 측의 장·차남 해임 등 보통 가족끼리 하지 못할 각종 일들이 난무했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성사된 첫 맞대결은 장·차남이 승기를 쥐었다. 한미약품 창업주인 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동생인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장·차남 편에 선 영향이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입성했다.

약 일주일 뒤 모친 송영숙 회장과 차남 임종훈 이사가 한미사이언스를 함께 이끌기로 하면서 갈등이 봉합된 듯했다.

하지만 이는 한 달 만에 빈말이 됐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송영숙 회장 해임안을 결의했다.

두 달여가 지나고 상황은 달라졌다. 신동국 회장의 변심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달 27일 모녀와 신동국 회장이 요청한 임시주총 소집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열었고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임시주총에서 다루기로 결정했다. 결국 11월28일로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또 한 번의 표 대결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이제는 더 이상 ‘피는 물보다 진하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등의 속담이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게다가 현재 한미약품그룹을 쥐락펴락하는 인물이 제3자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이러다 50년 역사의 한미약품그룹이 공중에서 분해되거나 산으로 가버리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부디 하루라도 빨리 일련의 상황이 정리돼 앞서 송영숙 회장과 임종훈 사내이사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 확정 당시 밝혔던 “주주와 임직원, 고객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NEW 한미’를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현실이 되길 바란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