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다가 저랬다가…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갈아타기를 준비 중인 지인이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를 언급하며 불안함을 토로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갈아타기에 나설 계획이었다. 가격 급등기를 마친 뒤 찾아온 거래절벽이 그쯤 되면 풀리고 가격도 안정세를 보일 것 같았단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 연기 이후 집값이 치솟으면서 일이 틀어졌다.
놀란 정부가 은행들에 자발적인 대출 규제를 요구했고 돈줄이 막혔다. 1주택 갈아타기 수요에 대한 규제 여부도 오락가락했다. 그러는 사이 살고 있는 집은 팔리지 않았고 옮기려고 봐뒀던 집들의 호가만 뛰었다. 거래는 별로 없는데 올라간 집주인들의 눈높이는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내년 초 실적 쌓기를 위해 은행들이 대출 조이기를 풀 거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그건 그거대로 무섭단다. 은행권의 대출 규제 빗장이 풀리면 공급 부족 전망에 따라 다시 매매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치솟는 그림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택 인허가, 착공 물량이 계속 줄면서 서울 입주 물량이 내년 3만5930가구에서 2026년 6966건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집값 2차 하락 우려도 힘을 잃은 모습이다. 1차 하락 이후 남아있던 집값 거품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희석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출 규제를 두고 정부가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면서 정책 신뢰도는 뚝 떨어진 모습이다. 디딤돌대출 등 정책대출을 조이는 과정에서도 충분한 안내 없이 한도 축소를 단행하면서 수요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결국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정감사장에서 고개를 숙였다.
내 집 마련은 대개 인생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사는 순간이다. 그만큼 신중하게 매물을 비교, 분석하고 자금 마련 계획을 세우고 적당한 시기를 살핀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 자라면서 더 큰 집으로 옮겨갈 계획은 가정에서 세우는 가장 큰 계획 중 하나다. 그런데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계획이 어긋나고 있는 거다. 타이밍을 놓친 뒤 뒤따르는 조급함이 계속 커지면 패닉 바잉이 찾아온다. 뭐 하나 좋을 게 없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며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모습에 실수요자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일단 대출 조이기로 수요를 눌러 서울 집값 급등세는 잡았지만 실수요자들의 불안감 해소 없이는 내년 주택 시장은 더 불안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선 땅에 떨어진 정책 신뢰부터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