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서울 수도권 그린벨트 689만㎡를 풀어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후보지는 4곳으로 서울에서는 서리풀지구 221만㎡ 2만 가구를, 경기도에서는 고양 대곡 199㎡ 9000가구, 의정부 용현 81만㎡ 7000가구, 의왕 오전왕곡 187만㎡ 1만4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2만 가구면 만족하지는 못해도 그렇다고 불만을 가질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 때문이다.
정부는 2026년 지구 지정을 하고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잡았는데 최근 10년간 그린벨트 해제 지역 33곳 중 입주까지 걸린 시간이 5년인 곳은 2곳, 6년은 3곳밖에 없었다. 9년 이상 걸린 곳이 13곳으로 가장 많았고 8년이 5곳, 10년 이상도 4곳이나 됐다.
일반적으로 10년 정도 걸린다는 말인데 좋다. 운이 좋아서 또는 실력이 있어서 5년이 걸려 2031년 첫 입주가 가능하다고 치자. 내 집 마련을 기다리는 실수요자들은 2031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10분도 길어서 1분 이내 숏 영상이 인기를 끄는 요즘 시대에 7년 후 입주하는 아파트에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관성 있게 추진될지 아무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 시절 그렇게 많이 발표한 택지 중에 3기 신도시 5곳을 제외하고는 감감무소식이다. 차라리 기존에 발표한 택지들의 진행 상황이라도 브리핑을 해주고 그린벨트 발표를 했더라면 신뢰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40·50은 더 불만이다. 2031년 첫 입주를 하든 늦어지든 다 좋은데 내가 먹을 수 있는 떡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다.
가장 관심이 높은 서리풀지구는 전부 공공분양으로 공급할 예정인데 2만 가구 중 55%인 1만1000호는 20년 장기 전세로 공급할 계획이며 임대주택 의무 물량 35%를 제외하면 실제 분양 물량은 2000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청년, 신혼부부, 신생아, 생애최초 등 특별공급 물량이 70% 이상이어서 4050 기성세대들이 도전할 수 있는 일반공급 물량은 400호 정도로 예상한다. 추첨 물량을 제외한 320호 정도가 4050 기성세대가 유리한 가점 물량인데 이걸 누구 코에 붙이겠는가?
서울은 이런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으로 찔끔 공급을 해서 주택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과 신규 택지개발을 통해 신축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방 대학교 경쟁력 강화, 양질의 일자리 확충을 통해 수도권 수요 과밀화를 분산하지 않으면 서울은 높은 주거비용에 죽고 지방은 수요 감소로 죽는다.
지방이 살아야 서울 수도권도 산다. 수도권 인구 분산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공공기관 이전의 노력이라도 했던 노무현의 도전 정신이 간절히 그리운 지금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