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음악과 융합·게임 문화 콘텐츠 가능성 확장
페인트 빅3, 색으로 ESG 경영·예술·지역사회 연결
뱀은 낮은 곳에서 살아간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땅을 기어가며 낡은 허물을 벗고 더 나은 모습으로 재생한다. 낮은 곳은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는 이들의 꿈과 도전이 움트는 자리다. 뱀은 허물을 벗을 때마다 한층 새롭게 태어나며 재생의 상징이 된다.
2025년 IT와 중소기업계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주목받지 못했던 비인기 스포츠, 게임 속 음악, 지역의 예술이 기업의 손길을 만나 가능성의 무대를 넓히고 있다.
이동통신3사는 육상·하키·포켓볼 같은 비인기 종목에 새 길을 열고 있다. 게임업계는 음악과 만나 문화 콘텐츠의 미래를 열어간다. 페인트업계는 색으로 지역사회와 예술을 연결한다.
기업의 손길이 닿은 비주류 가치들이 사회적 책임을 넘어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SKT 육상·펜싱, KT 하키·사격, LGU+ 포켓볼…스포츠 신예 육성 앞장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비인기 스포츠에 꾸준한 지원을 이어가며 소외된 종목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스포츠 생태계의 변화를 이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스포츠 무대의 중심은 대체로 축구, 야구, 농구 같은 인기 종목이 차지해왔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이라 불리는 육상, 하키, 포켓볼 등은 관심과 지원 부족으로 재능 있는 선수들의 성장이 제한되곤 했다. 이를 변화한 것이 이통3사의 지원이다.
SKT는 스포츠 균형 발전을 목표로 육상, 수영, 근대5종, 스케이트보드 등 다양한 종목에서 중·고교 유망주를 발굴한다. 2022년부터 시작된 선발 규모는 매년 30명 수준이다. 후원 선수들은 2024년 전국체육대회에서 31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가능성을 입증한 선수들은 올해 더 큰 무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중고교 유망주 발굴을 확대하고 국제대회 진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SKT는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로 20년간 300억원을 투자하며 펜싱 강국으로 도약을 이끌었다.
오경식 SKT 스포츠마케팅담당은 "스포츠 꿈나무 지원을 통해 스포츠 균형발전과 학원 스포츠 활성화에 힘썼다"며 "앞으로도 성장 유망주를 지원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2025년에도 하키와 사격 종목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어갈 계획이다. KT 하키팀은 1984년 창단 이후 국내외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대한민국 하키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1985년 창단된 KT 사격단 역시 진종오(현 국회의원)를 비롯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세계 챔피언을 배출하며 대한민국 사격을 대표하는 명문팀으로 자리 잡았다.
KT스카이라이프는 아마추어 스포츠 중계 분야에서 기술적 도전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AI(인공지능) 스포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호각' 지분을 24% 인수했고 올해 상반기 중 AI 스포츠 B2B(기업간거래)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이를 위해 현장 영업조직 정비 및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포켓볼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든다. LG유플러스는 여자 포켓볼 국가대표 서서아, 이하린 선수와의 후원 계약을 2027년까지 연장하며 이들이 세계 무대를 목표로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서서아 선수는 세계 랭킹 4위에 오르며 한국 포켓볼의 간판으로 자리 잡았고 이하린 선수는 국내외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그로쓰 리딩 AX 컴퍼니라는 비전을 통해 고객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세계 무대를 목표로 도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원하기 위해 후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넥슨·카겜·스마게, 게임 OST 오케스트라…문화 콘텐츠 확장
게임업계가 음악을 매개로 '종합 문화 산업'을 향해 도약한다. 게임 배경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재해석해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가치를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킨다. 게임의 산업적 확장과 문화적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다.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자사 게임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를 활용한 음악회를 비롯해 대규모 이용자 행사를 올해도 이어간다.
넥슨 관계자는 "앞으로도 함께할 추억을 기념하는 선물 같은 시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넥슨은 지난해 자사 게임 음악을 활용한 오케스트라, 음악 콘서트를 4차례 진행했다. 지난해 6월2일 엘소드에서 쌓아온 추억을 여행하는 테마의 '엘소드 오케스트라 : 메모리 오브 엘리오스'를 개최했다. 또 6월23일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6월29일) △서울(7월13일) △부산(9월7일)을 거치는 마비노기 20주년 기념 오케스트라 '별을 위하여' 전국 투어를 진행했다. 11월16일 부산에서 진행된 국제 게임쇼 '지스타 2024'에선 '넥슨 30주년'을 주제로 한 '넥슨 30주년 오케스트라'를 열었다. 11월23일엔 블루 아카이브 3주년을 기념해 음악 콘서트 '사운드 아카이브'를 개최했다.
전재학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디렉터는 "올해 팬들과 오프라인 프로젝트를 통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 하겠다"고 강조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4월5일부터 6월1일까지 서울·대전·부산·대구·광주 5개 도시를 순회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 '사운드 오브 로스트아크'를 개최했다. 정성하 기타리스트와 윤아인 피아니스트가 참여해 '별빛 등대의 섬', '레온하트', '몽중화', 'Sweet Dreams, My Dear' 등 로스트아크 OST를 피아노 솔로, 기타 솔로, 듀엣 등 다양한 방식으로 편곡해 연주했다. 또 지난해 12월14일 진행된 '2024 로아온 윈터'에선 한윤미밴드가 연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음악회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게임이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종합 문화 산업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라고 말했다. 이에 맞춰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3월 서울 국립극장에서 가디언 테일즈의 두 번째 오케스트라 '심포니 테일즈 II : 가디언 테일즈 오케스트라 The Princess & You'를 개최했다. 시즌2를 돌아보는 콘셉트로 1,2부로 나뉜 무대는 4개 섹션으로 구성돼 Heavenhold, 옛날 옛적에, 나의 기사에게 등 가디언 테일즈를 대표하는 음악들이 약 2시간 동안 연주됐다.
◇KCC·노루·삼화, 예술·지역 잇는 ESG 경영…새로운 가능성↑
KCC,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 등 페인트업계 빅3는 색채의 힘을 지역과 예술로 잇겠다는 전략이다.
페인트업계는 색을 통해 주목받지 못했던 가치를 새롭게 알리고 지역사회와 예술을 연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올해 강화할 계획이다. KCC는 지역 예술가 발굴에 주력한다. 노루페인트는 발달장애 예술가와의 창작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삼화페인트는 지역 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환경을 고려한 색채 활용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페인트는 특성상 소비자와 직접적인 접점이 적은 제품군이다 보니 문화예술 지원과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CC는 지난해 6월 ‘인수봉 숲길마을 미술 공모전’을 개최해 숨은 예술가들을 발굴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이미 활동 중인 작가부터 화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신예 작가까지 다양한 배경의 33명이 참여했다. 참여작가들은 냄새 없는 친환경 페인트 ‘숲으로’를 활용해 저층 주거지와 마을의 추억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했다. 심사는 △독창성 △메시지 전달력 △페인트 활용도 등을 기준으로 진행됐으며 11명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모든 참여작은 KCC 본사 로비에서 열린 ‘온동네 숲으로’ 전시회를 통해 공개되며 예술과 지역사회의 연결을 강조했다.
노루페인트는 올해 신년 굿즈에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을 활용한 캘린더, 다이어리, 마우스패드, 그립톡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앞서 노루페인트는 지난해 11월 발달장애 예술가 30명이 참여한 ‘열린행성 프로젝트-국제교류전’에 친환경 수성 페인트 ‘순&수’를 지원했다. 뉴스 뮤지엄 연희에서 열린 이번 프로젝트에는 한국, 미국, 영국, 러시아 등에서 활동하는 발달장애 예술가 30명이 참여해 글로벌 예술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순&수’는 부드러운 색감과 낮은 채도, 냄새 없는 특징으로 전시 공간의 쾌적함을 높였다.
삼화페인트는 지난해 6월 양평군립미술관의 ‘민정기 아카이브전’을 후원하며 지역 예술 활성화에 기여했다. 전시는 삼화페인트의 친환경 페인트 ‘아이럭스 멀티 에그쉘’을 사용해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을 조성했다. 삼화페인트 컬러디자인센터는 전시에서 작품을 네 시기로 나눠 색채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각적 콘텐츠를 제작해 작품의 색감을 해석했다. 각 시기의 주요 색채를 전시장 벽면에 적용해 작품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연출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