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유통결산잇슈] 티메프 후폭풍, 비상경영 속 8090 오너 부상
[2024 유통결산잇슈] 티메프 후폭풍, 비상경영 속 8090 오너 부상
  • 김소희·정지은 기자
  • 승인 2024.12.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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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구속 전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구속 전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 한 해 유통업계를 되돌아보면 다사다난했다. 대형 이커머스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는 업계는 물론 사회·경제 전반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유통맞수 롯데와 신세계는 대내외 경기침체 장기화 등 높아진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 부진사업 수장들을 대폭 물갈이하면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아울러 유통대기업을 중심으로 오너 3·4세가 승진과 함께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그룹과 아워홈은 경영권을 둘러싼 집안싸움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오프라인 플랫폼에서는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경기불황에도 고성장을 이어갔다. 해외에서는 라면을 필두로 K푸드 성장세가 지속됐다. 남양유업의 60년 오너경영은 최대주주 교체로 막을 내렸다.

◇티메프 쇼크 일파만파 '현재진행형'
회생절차 진행, M&A 목표…구영배 법정행

올해 7월 티메프(인터파크커머스 포함)의 대규모 미정산 이슈가 불거졌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 수는 약 50만명, 피해규모는 1조5950억원에 이른다.

티메프는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또 티메프 운영총괄 법정관리인으로 조인철 전 SC제일은행 상무를 선임했고 한영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선정했다. 다만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이 당초 올해 12월27일에서 내년 2월7일로 연기됐다. 시간이 촉박해 M&A(인수합병)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업계와 법조계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조 법정관리인은 피해 판매자 대상으로 진행한 ‘정상운영안 설명회’에서 “유일한 회생수단은 M&A를 통한 매각이며 이를 위해서는 영업재개가 필수다. 매각과 영업을 통해 얻은 이익은 모두 채권자의 몫”이라며 “두곳에서 관심을 보였다. 원활한 매각을 이끌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태 정점에 있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를 비롯해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은 사기·횡령·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영배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티메프 자금은 위시를 인수하는 데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검찰은 구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에 대해 세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도 작아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번 사태 대응을 위해 예산을 별도 편성했다. 특히 구매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 판매대금을 정산하고 판매대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에 별도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오른쪽). [사진=각 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오른쪽). [사진=각 사]

◇칼 빼든 신동빈·정용진…고강도 인적쇄신
부진 계열사 CEO 대폭 물갈이로 긴장감 배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상필벌’ 기조 아래 고강도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신동빈 회장은 ‘2025년 임원인사’에서 최고경영책임자(CEO) 중 36%에 해당하는 21명을 바꿨다. 역대 최대 규모다. 신 회장은 임원 규모도 13% 줄였다. 롯데그룹 부진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화학군은 총 13명의 CEO 중 지난해 선임된 3곳을 제외한 10곳의 대표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 80%가 짐을 쌌다. ‘뉴롯데(New LOTTE)’의 키를 쥔 호텔롯데도 호텔·면세·월드 등 전 사업부 대표가 모두 교체됐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이 여전히 더딘 가운데 분위기 반전 차원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대신 경영역량과 전문성이 검증된 70년대생의 젊은 인재를 전진에 배치했다. 더불어 성과에 기반한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정용진 회장은 올해 3월 회장 승진 후 상시 임원인사로 조직에 긴장감을 줬다.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 4월 이마트의 사상 첫 적자 원인으로 꼽힌 신세계건설 대표를 바꿨다. 6월에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 양대 축인 지마켓과 SSG닷컴 수장을 교체했다. 정 회장은 이어 ‘2025년 임원인사’에서 이마트24, 신세계푸드,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L&B, 신세계야구단 등의 대표를 갈아치웠다. 정 회장은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위해 앞으로도 역량 중심의 인재기용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실제 정 회장은 부회장이었던 지난해 11월 “성과를 내지 못한 조직과 임직원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한 새로운 인사평가 제도를 구축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신상열 농심 전무, 담서원 오리온 전무, 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 허서홍 GS리테일 사장, 김동선 ㈜한화 부사장. [사진=각 사]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신상열 농심 전무, 담서원 오리온 전무, 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 허서홍 GS리테일 사장, 김동선 ㈜한화 부사장. [사진=각 사]

◇경영능력 시험대 오른 오너가 3·4세 
신유열·신상열·담서원 승진…김동선·허서홍·김건호 새 미션

대기업 오너가 3·4세들이 그룹 경영 최일선에 등장했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가운데 그룹 미래를 담보할 새로운 성장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과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은 ‘2025년 임원인사’를 통해 승진했다. 두 사람은 친척 사이다. 신유열 부사장은 2022년 상무보에 오른 지 약 3년 만에 부사장 직함을 얻었다. 신유열 부사장은 1986년생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오너 3세다. 그는 바이오를 비롯한 신사업과 글로벌사업을 본격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신상열 전무는 2021년 상무로 처음 별을 단 후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핵심조직을 진두지휘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1993년생인 신상열 전무는 신동원 회장의 아들로 오너 3세다. 신상열 전무는 그룹 성장의 방향과 확장을 결정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방침이다. 오리온그룹 오너 3세 1989년생인 담서원 상무도 최근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면서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로보틱스·한화비전·한화모멘텀 미래비전총괄 부사장과 허서홍 GS리테일 경영전략SU(Service Unit)장 사장,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도 역할이 더욱 커졌다. 김동선 부사장은 올해 1월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으로 부임했다. 김동선 부사장은 김승연 회장의 막내아들인 오너 3세로 1989년생이다. 1977년생인 허서홍 사장은 GS리테일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허서홍 사장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아들로 GS그룹 오너 4세다. 1983년생인 김건호 사장은 김윤 회장의 아들이자 오너 4세로 화학2그룹장으로 선임됐다. 김건호 사장은 그룹의 미래전략과 재무는 물론 새 먹거리로 낙점한 스페셜티(고기능성) 사업까지 영향력을 넓힐 전망이다.

한미그룹 본사 전경(왼쪽)과 아워홈 본사 전경(오른쪽). [사진=각 사]
한미그룹 본사 전경(왼쪽)과 아워홈 본사 전경(오른쪽). [사진=각 사]

◇피보다 진한 돈…한미·아워홈家 분쟁
모자-남매 불구 소송도 불사한 진흙탕 싸움

한미그룹과 아워홈의 경영권을 둘러싼 집안싸움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미그룹 갈등은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가 올해 1월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에 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형제가 반기를 들면서 촉발됐다. 형제 측은 모친과의 혈연관계마저 끊었다. 3월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편에 서면서 형제가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신동국 회장이 모녀 편으로 돌아섰다. 11월 말에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신동국 회장의 이사회 합류 안건이 통과됐다. 양측 인사 각 5명으로 팽팽해졌다. 게다가 양측은 서로를 업무방해죄·무고죄로 고소했다. 이런 가운데 모녀 측과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가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27일자로 임종윤 사내이사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일부(5%)가 모녀 측으로 넘어간다. 또 모녀 측과 임종윤 사내이사 상호간 민·형사상 고소·고발도 취하된다.

아워홈은 올해 4월 오너가 3녀 구지은 부회장 체제에서 장녀 구미현 회장 체제로 전환됐다. 구미현 회장의 경우 6월 이사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구미현 회장은 2017년부터 7년가량 이어지는 경영권 분쟁에서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 또는 동생인 구지은 전 부회장을 오가며 힘을 실어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그러던 구미현 회장이 직접 경영권을 쥔 것이다. 다만 구미현 회장은 경영권 매각을 공식화하며 현금 확보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구지은 전 부회장 체제 당시 아워홈이 구본성 전 부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으며 해당 법적분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공항과 명동을 잇는 올리브영 전용 버스 ‘올영 익스프레스’에 탑승하는 모습. [사진=CJ올리브영]
인천공항에 도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공항과 명동을 잇는 올리브영 전용 버스 ‘올영 익스프레스’에 탑승하는 모습. [사진=CJ올리브영]

◇올리브영·다이소의 급부상
K뷰티 인기·가성비 트렌드에 최대 실적 기대

올리브영과 다이소의 성장세가 매섭다. 올리브영은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리브영 올 1~3분기 매출은 3조521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 신장했다. 특히 전 세계적인 K뷰티 인기에 힘입어 외국인 관광객까지 사로잡았다. 올 상반기 올리브영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400만명 규모로 방한 관광객 10명 중 7명이 올리브영을 찾았다. 이 기간 올리브영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9% 증가했다. 부산, 제주 등 신흥 관광상권 매출은 300% 이상 급증했다. 올리브영은 이에 발맞춰 외국인 특화매장 ‘명동타운’과 ‘홍대타운’을 열었고 혁신매장으로 ‘올리브영N 성수’도 선보였다. 

다이소는 경기침체 장기화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불황형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이 기대된다. 다이소는 고물가에도 5000원이 넘지 않는 균일가 전략을 유지해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뷰티·패션 제품군 중심으로 고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올해 1~11월 다이소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50%가량 신장했다. 의류용품인 이지웨어 카테고리는 약 557% 늘었다. 다이소는 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대형점포를 확대하며 지역거점을 확보했다. 실제 올해 8월 오픈한 다이소 이마트 의왕점 규모는 역대 최대인 830평에 달한다.

해외 고객들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해외 고객들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성장 가속도 붙은 K푸드
라면이 견인…냉동김밥·즉석밥·떡볶이도 인기

K푸드는 올해도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올해 1~11월 농식품 수출액 누계는 90억5000만달러(약 12조693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전년 대비 14개월 연속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정부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달성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가장 많은 수출액을 기록한 품목은 라면이었다. 11월 말 기준 11억3800만달러(약 1조5962억원)를 넘겼다. 지난해까지 담배가 1위였는데 22년 만에 라면이 차지했다. 특히 라면은 올해 4월 처음으로 월 수출액 1억달러를 넘긴 후 매월 1억달러 이상 수출되고 있다. 대표 K라면 ‘불닭볶음면’ 제조사인 삼양식품은 이런 성과에 힘입어 12월에 식품기업 중 처음으로 ‘7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이어 과자류(7억6000만달러, 9898억원), 음료(6억900만달러, 8546억원), 쌀 가공식품(2억7500만달러, 3857억원) 등 순이었다. 이 중 냉동김밥·즉석밥·떡볶이 등이 포함된 쌀 가공식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수출액이 늘며 두드러졌다. 수출시장은 미국(14억4000만달러)이 꾸준한 성장세로 가장 컸고 이어 중국(13억8000만달러), 일본(12억7000만달러) 순이다. 

남양유업 CI
남양유업 CI

◇남양유업, 60년 오너경영 '마침표'
최대주주 한앤컴퍼니…20분기 만에 흑자전환 성공

남양유업은 올해 1월 말 최대주주가 한앤컴퍼니로 변경되면서 60년 오너경영 역사의 마침표를 찍었다. 남양유업은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꾸려진 신규 이사회를 중심으로 책임경영에 나섰다. 남양유업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약 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 중 약 231억원(4만269주)은 올해 9월 소각됐다. 10월에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주식 액면가를 기존 5000원에서 500원으로 액면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남양유업은 특히 부진 사업·제품 정리와 사업구조 재편, 원가·비용절감 등 수익창출에 집중했다. 남양유업은 아이스크림·커피 브랜드 ‘백미당’을 제외한 외식사업을 순차 정리 중이다. 대부분의 매장이 철수됐으며 남은 매장도 연내 모두 문을 닫는다. 반면 백미당과 관련해서는 대대적인 리뉴얼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남양유업은 론칭 10년 만에 BI(브랜드이미지)를 교체했다. 또 신제품 출시, 수익성 높은 구조의 매장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남양유업은 2019년 2분기 이후 20분기 만인 올해 3분기 연결기준 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 56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4000만원을 냈다. 이 역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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