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역대급 박빙 예고…전운 감도는 한남4구역
[르포] 역대급 박빙 예고…전운 감도는 한남4구역
  • 서종규·양지영 기자
  • 승인 2025.01.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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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1·2위 삼성물산·현대건설, 18년 만에 자존심 대결
조합원, '차별성'·'낮은 공사비' 두고 장단점 저울질 한창
"두 시공사 체급 비슷…누가 되도 큰 불만 없어" 의견도
지난 13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지. (사진=서종규 기자)

업계 1·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18년 만에 맞대결을 펼치는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지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어느 한 회사가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이라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장에서는 현대건설이 인근 한남3구역 사업을 수주한 만큼 삼성물산 브랜드를 통해 4구역만의 차별성을 두고 싶은 심리와 낮은 공사비를 제안한 현대건설을 지지하는 표심이 맞서는 분위기다. 두 시공사 모두 건설업계 최상위에 있는 만큼 누가 선정되더라도 조합원 불만이 크지 않을 거로 보는 시각도 있다.

15일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 총회가 오는 18일 열린다.

한남4구역 재개발은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일대에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공동주택 2331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짓는 1조5723억원 규모 사업이다. 올해 서울 재개발 사업 중 최대어로 꼽힌다. 

이 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2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응찰해 지난 2007년 서울시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수주전 이후 18년 만에 맞대결을 벌인다. 당시 수주전에선 현대건설이 승리해 '이수 힐스테이트'를 준공한 바 있다.

지난 13일 한남4구역 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붙은 삼성물산·현대건설 홍보물. (사진=양지영 기자)

◇ "어느 쪽도 유리하지 않아…표차 크지 않을 것"

지난 13일 찾은 한남4구역 사업지에선 재개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현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공인중개사사무소마다 붙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사업 제안 포스터와 곳곳에 달린 시공사 선정 총회 공지 현수막은 전운마저 감돌게 했다. 재개발 사업지 특성상 오래된 붉은 벽돌집이 많았고 낡은 상가와 이미 폐업한 점포를 다수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을 '박빙'으로 보는 분위기다. 시공권 향방이 큰 표차로 갈리지 않을 거란 의견이 나온다.

한남4구역에서 영업 중인 A 공인중개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강점과 단점이 확실한 만큼 조합원 내부에서도 치열한 분위기가 감돈다"며 "이미 삼성이나 현대 둘 중 한 곳으로 마음을 굳힌 조합원 수도 비등한 상황으로 마음을 정한 조합원들이 중립적인 성향을 보인 조합원들을 강력하게 설득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B 공인중개사는 "누가 이길지 가늠이 안 갈 정도로 정말로 치열한 상황"이라며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도 표차가 많이 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결과가 나더라도 큰 표차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한남4구역에 내걸린 시공사 선정 총회 현수막. (사진=서종규 기자)

◇ 특별함 vs 합리적 비용…"둘 다 좋아" 의견도

인근 한남3구역에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브랜드가 적용된다는 점도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 브랜드를 통해 4구역만의 특별함을 더하고 싶은 심리는 삼성물산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대비해 낮은 공사비는 현대건설에 유리한 부분이다. 현대건설은 3.3㎡당 공사비 881만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삼성물산 공사비 938만원보다 50만원 넘게 저렴하다.

A 공인중개사는 "바로 옆 한남3구역에 이미 현대건설 단지가 들어서는 만큼 4구역만의 특별함을 원하는 조합원은 래미안 브랜드를 바라는 편"이라며 "반면 낮은 공사비를 원하는 조합원도 만만치 않다"고 귀띔했다.

조합원 사이에서는 어느 건설사가 시공권을 갖던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2009년부터 16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2위에 오른 대형 건설사인 만큼 두 회사의 사업 능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의견이다.

한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원은 "마치 양손에 떡을 쥔 기분"이라며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태로 사실 두 회사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군 건설사인 만큼 어느 곳이 선정되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재개발 단지명으로 각각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과 '디에이치 한강'을 제안했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