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술 마시고 운전해도 무죄 받을 수 있다?
[기고] 술 마시고 운전해도 무죄 받을 수 있다?
  • 신아일보
  • 승인 2025.01.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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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벼리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증가하면서 우리 법원은 과거와는 달리 음주 운전자에게 엄벌을 내리고 있는 추세다. 

최근 이러한 엄벌을 피하기 위해 음주운전 처벌을 회피하는 수법들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늦은 오후 피고인 차량과 피해자 차량이 충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고인이 차량을 정차하고 나왔을 때 그에게서는 술 냄새가 났고 자기 몸도 잘 가누지도 못했다. 

또한 피고인은 자신의 지인에게 '술 마시고 운전했다, 큰일 났다'라는 말을 했고 이를 지켜본 피해 차량 운전자와 목격자들은 경찰에 음주운전을 신고했다. 

그런데 피고인은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근처 슈퍼로 가서 소주 1병을 구매해 마셨고 이후 경찰이 진행한 음주 측정에서 0.16%가 넘는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측정됐다. 

피고인은 사고 당시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로 운전했고 경찰이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차량 사고 이후 마신 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사는 음주 측정치에서 후행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 증가분을 공제해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해서 기소했다. 

그리고 1심 법원은 사고 목격자 진술과 피고인이 현장을 벗어나 굳이 술을 마실 만한 이유가 없음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음주 행위를 한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종과 음주량, 음주 속도, 음주 후 경과 시간 등이 입증되지 않는 한 피고인이 사건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상태로 운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피고인이 사건 당시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정황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많은 음주운전 사례를 살펴보면 사건 당사자가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결과를 왜곡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추가 음주를 하거나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는 등의 시도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검사의 엄격한 증명 책임이라는 형사상 대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음주운전 당시 사건 당사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특정 및 입증할 수 없다면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사례들이 발생하자 최근 대법원은 의도적인 법질서 교란행위에 대해 정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음주 측정 방해행위'를 처벌하는 법이 신설됐다. 

오는 6월4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도로교통법 제44조 제5항은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자동차 등을 운전한 후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로 술을 마시거나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약품 등의 물품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동법 제148조의2에 따라 처벌한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혈중알코올농도를 왜곡시키거나 수사에 혼선을 주는 방해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음주운전은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음주운전은 물론 법의 공백을 악용해 정당한 형사처벌을 회피하는 행위 또한 반드시 근절돼야 함이 마땅하다. 

2025년에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없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한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