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49일 만이다. 탄핵소추된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에 직접 출석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남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 차림의 윤 대통령은 이날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부인하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가비상입법기구를 편성하라는 쪽지를 준 적 없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뒤에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걸 기사에서 봤다"면서 "기사 내용도 너무 부정확하고, 그럼 이걸 만드는 사람은 국방장관밖에 없는데, 국방장관은 구속이 돼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리라고 지시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없다"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계엄해제 의결을 못하게 한다고 해도 국회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도 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다"며 "그것을 막았다면 정말 뒷감당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저는 국회의 해제 결의를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며 "막거나 연기한다고 해서 막아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을 재차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전 선거 공정성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드는 여러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10월 국가정보원의 전산장비 점검 때 극히 일부만 가능했던 점 등 문제가 있었다"며 "부정선거 색출이 아닌 선관위 전반에 대한 스크린을 해볼 수 있으면 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선거부정 의혹 제기는 음모론 아닌 팩트차원이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를 사살하려 했다는 주장 등 '정치인과 법조인 체포 지시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 측 차기환 변호사는 "계엄 선포 당시 결코 정치인과 법조인을 체포·구금하라고 지시한 바가 없고 실제 체포된 이도 없다"며 "한 대표를 사살하라는 터무니 없는 지시를 한 바가 없는데 이같은 황당한 주장을 탄핵소추 사유로 주장하는 부당성에 대해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계엄 당시 선포된 포고령도 형식적인 것일 뿐 실제 집행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차 변호사는 "포고령은 계엄의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이지 집행할 의사가 없었고 집행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며 "집행의 구체적인 의사가 없었으므로 실행할 계획도 없었고, 포고령을 집행할 기구 구성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고령 1호는 외형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김용현 장관이 초안을 잡아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검토·수정한 것"이라며 "국회의 불법적인 행동이 있으면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지, 결코 국회의 해산을 명하거나 정상적인 국회 활동을 금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이날 심판은 3시55분경 종료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석을 기점으로 향후 헌재의 탄핵심판 변론 기일에 모두 참석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