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8시19분부터 9시43분까지 84분 동안 아마존웹서비스의 클라우드 서버를 사용하는 온라인쇼핑몰 쿠팡, 업비트·코인원 등 가상화폐거래소,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온라인서비스 업체의 누리집·앱 등이 접속장애를 겪었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이날 “서울 리전 데이터센터에서 도메인네임서버(DNS) 설정 오류가 발생해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이피(IP) 주소를 문자로 된 도메인네임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도메인네임서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도메인네임을 주소창에 입력해도 누리집에 접속할 수 없다.
속수무책이었다. 소비자는 답답했고, 기업은 손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장애 발생과 원인, 복구 과정 등 제때 통보받지 못해 대처 자체가 불가능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다려달라는 말뿐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꽃’으로 불리는 클라우드는 세계 각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빅데이터 산업의 기반 기술이다. 공공부문 데이터를 민간과 공유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통로로도 이용된다. 역설적이게 부재가 존재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기업과 정부는 디지털 속국의 설움을 블랙아웃 사태로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지난 24일 오전 11시경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통신과 금융, 치안 서비스가 일시에 멈췄다. 통신실 지하에 매설된 유선회로와 광케이블 뭉치 등에 불이 붙으면서 서울 마포 서대문 은평구 등 서울 서북권 일대와 고양시 일부 지역에서 휴대폰 통화는 물론 카드결제 등이 불가능했다.
화재진압과 복구작업으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완전 복구에는 일주일 가까이 걸린단다. 5G 시대 운운하며 속도를 최상의 가치로 이야기하는 KT는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나서야 사과 문자를 발송했다. 화재 원인은 규명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한다.
또 속수무책이었다. 현금이 없으면 밥도 먹을 수 없었지만 현금을 찾을 수도 없었고, 작동되는 ATM기는 현금을 찾으려는 시민들도 장사진을 쳤다. 지도 앱을 열지 못하니 약속장소를 찾는 것조차 어려웠다. 범죄 신고도 할 수 없었고, 병원 예약도 진료도 일상적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은 스마트폰을 끄고 켜고를 반복하는 무용한 행위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고립되었고 불안하고 초조했다. 대한민국이 멈춘 것만 같고, 그 안의 개인은 위험에 내동댕이쳐진 기분이다. 무인자동차가 달리고 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이렇듯 연결된 편리함의 대가는 혹독했다. 잠시 동안의 단절의 기억이 연결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일깨워줬다.
국가기간산업인 통신사 경영은 공공성과 수익성에서 균형과 조화를 맞춰야 한다. 백업 체계 구축, 화재 대응 시설 설치, 인력 배치 등은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안전을 위한 투자다.
이제라도 민관이 함께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 소를 잃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위험하지 않다고 웅변하는 사회가 아닌 위험을 상수로 생각하면서 그것을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일찍이 울리히 벡 (독일의 사회학자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1986년 ‘위험사회’ 집필)은 ‘위험은 성공적 근대가 초래한 딜레마이다.
산업사회에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위험요소도 증가한다. 후진국에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닌 성공적으로 과학기술과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 나타난다고 했다. 위험은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닌 근대성이 내재한 재난과 사고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일상적 위험이 우리의 현 위치를 설명해 주고 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사회는 진화하고 성장할 수 없다. 아마존웹서비스 장애와 KT 화재가 던진 물음에 응답해야 한다. 사건사고 이전에 그 대비를 위한 노력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사회야 말로 성숙한 안심사회일 것이다.
예산철이다. 아마존웹서비스 장애이후 토종 클라우드 산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KT 화재 후 안심 안전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한 국회가 어떻게 답을 할지 지켜보자. 이제 알았으니 행동하는 일만 남았다.
작지만 확실한 행동, 소확행의 정치를 기대해 본다. 소확행의 정치가 국민을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