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오랜 역사를 가진 개념이지만 기업과 대중의 관심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일례로 전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이 이적하기로 했던 중국 텐진 구단의 모기업이었던 취안젠 그룹 사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미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취안젠 그룹이 만든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4살짜리 어린 아이가 항암효과가 있다는 회사의 광고만 믿었다가 암이 악화돼 사망하자 중국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럼에도 회사는 자사제품을 먹고 아이가 완쾌됐다며 뻔뻔하게 거짓광고를 했다. 그 결과 창업자 수유후이 회장을 비롯한 회사 관계가 18명이 구속되고 그룹은 존폐위기에 몰렸다.
사회적 책임이란 주로 기업이 경제, 환경, 윤리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다. 기업의 관점에서는 미래의 새로운 기회창출이 사회적 책임에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에 상당한 기대감과 불안감이 상존할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투자로 인식한다면 그 기업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들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소비자들과 단기적 거래관계가 아닌 장기적인 가치 중심의 관계를 추구하는 기업의 전략이 내재돼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업들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윤창출이고 납세를 통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준수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가 우선이냐 공동체의 이익이 우선이냐를 놓고 끊임없이 갈등하는 자유주의 대 공동체주의 논쟁과도 같다.
즉, 기업의 이윤창출과 사회적 책임은 함께 가야만 하는 것이지, 어떤 것이 우선시 돼서는 안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환경문제와 함께 국경을 넘어 세계 공통의 화두이기도 하다. 그 결과 국제노동기구(ILO)의 다국적기업선언, UN 글로벌 콤팩트,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등 국제기구에 의해 기업활동 책임에 대한 국제적 규범이 만들어졌다. 이외에 유럽연합과 같은 지역공동체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들이 전개되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논의는 ‘사회적 소외 방지를 위한 유럽기업선언’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선언의 결과 57개 기업들로 이루어진 유럽지역네트워크가 창설됐고, 목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경영관행의 주류로 통합시킴으로써 기업들로 해금 수익성, 지속가능한 성장, 인간적 진보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최근 유럽위원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를 공공조달 참여가능 기업의 필수요건으로 결정했다.
이미 양적으로 세계경제의 상당 수준에 도달한 우리 기업은 자율적이든 강제적 규제이든 사회적 책임을 준수해야 한다. 국제 기준에 대해 우리나라의 경제·사회·문화적 특성을 고려한다 할지라도 국제 기준에 준하는 구체적인 지표를 개발해 활용하고 그에 따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직도 대다수의 국내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사회공헌이나 투명경영과 같은 협의적인 개념에서 접근하고 있다. 반면 사회적 성과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고용의 질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노사정 협의에 의해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간단한 과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정부와 기업은 최근 유럽연합의 ILO 핵심협약 비준 요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대적용이 유럽의 공공조달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는 비관세장벽으로 변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