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국내 부동산 분양시장에서 소비자 관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아파트 분양시장은 흥행성적에 따라 국내 경기 전반을 좌지우지한다. 당첨 여부와 상품의 층·호수 지정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천태만상 파노라마는 비단 남의 일이 아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우리의 드라마일 것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내용의 드라마가 촬영되는 곳이지만 지난해 9.13 대책과 올해 분양가 상한제 등 정책 변수가 이어지면서 건설사와 소비자들의 대처 방안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아파트를 매수하는 입장인만큼 각자의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였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중도금 대출 규제로 인해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분양 잔여물량을 현금부자들이 경쟁 없이 주워 가는 ‘줍줍’ 현상이 눈길을 끈 것은 소비자들의 유연한 대응을 잘 보여준 사례다. 올 하반기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따라 청약시장에서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건설사들은 정책 발표 이후 대응 마련에 고심하며 움츠렸던 경향이 뚜렷했다. 그러나 코 앞으로 닥친 하반기 분양시장 성수기를 맞아 적극적으로 새 상품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당장 이번 주말에는 전국에서 24곳의 견본주택이 일제히 문을 열고 고객맞이에 나선다. 추석 이후 처음 서는 대목 장으로 지역과 용도, 규모 면에서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어 모처럼 분주한 주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반적인 아파트와는 다른 콘셉트로 분양시장을 공략하려는 상품도 눈에 띈다. 압도적인 주거 편의와 고급 인테리어, 국내 최상급 입지와 커뮤니티 시설을 자랑하는 고급 주택이 바로 그것이다.
한남더힐이나 삼성동 아이파크, 갤러리아 포레 등 고급 주택은 집값이 수십억원 수준으로 책정돼 일반 분양상품과는 다른 ‘그들만의 시장’ 을 형성한다. 특히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분양 성적이 나쁘지 않고 가격도 더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정책변수를 배제할 수 있는 회심의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매입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격 상승을 노릴 여지가 있어,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는 경우도 많다. 실제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잘 알려진 한남더힐의 경우,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2018년 81억원에서 2019년 84억원으로 1년 새 3억원가량 몸값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추세는 아파트는 물론 고급 오피스텔 시장에서도 관찰된다. 최순실 씨가 거주해 ‘최순실 오피스텔’로 불렸던 강남구 청담동 ‘ㅍ’ 오피스텔의 경우 22억원 중반 수준이던 매매가가 올해 24억원 선으로 2억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건설사들마다 고급 주택의 특징 중 하나인 ‘프라이빗’ 요소를 더욱 강조한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는 추세다. 유림개발이 내달 분양에 나서는 ‘펜트힐 논현’은 강남구 논현동이라는 핵심입지에 최고급 인테리어 마감재와 유럽 유명 브랜드 가구를 적용할 계획이어서 눈길을 끈다.
분명 고급 주택은 가격이라는 요소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그러나 그만큼의 반대급부 또한 충분한 상품이기도 하다. 보유에 대한 자부심, 경기 영향을 타지 않는 안정성, 최상의 주거 편의 등으로 향후 실거주 수요와 투자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구입에 앞서 입지 분석은 필수다. 고급 주택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망의 대상이 되고 몸값이 오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거주민들의 소득 수준과 생활 패턴을 고려해 도로 접근성과 조망권, 주차 편의 및 입주민 서비스 수준 등을 면밀히 살피고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