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이른바 ‘깜깜이 경기’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러온 관중도, 중계도, 취재진도 없이 북한과의 카타르월드컵 예선전을 치러야 했다.
우리 대표팀은 평양에서 2박 3일 머무는 동안에도 사실상 감금생활과 다를 바 없을 정도의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호텔에 있는 동안에는 밖에 나갈 수도 없었고, 선수들은 화장실을 가는 것마저 통제받아야 했다.
경기장에서는 더욱 황당했다. FIFA 공인 국제대회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단 한 명의 관중도 들여보내지 않았고, 한국 취재진을 포함해 외신기자의 취재는 완전히 차단됐으며 생중계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북한의 이러한 비상식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때 우리 정부가 북한의 선수단·응원단·예술단을 받아들여 온갖 편의를 제공했던 모습과 비교돼 안타까울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스포츠를 통한 남북 간의 평화 프로세스 구축을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주한 외교사절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올림픽 남북 공동유치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그러나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행보를 보일 경우 남북 올림픽 공동 유치는커녕 당장 내년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 관련 논의부터 삐거덕거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북한에서 스포츠는 단 한 명을 위한 정치 도구이자 선전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북한과 지금 공동 유치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과연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까.
올림픽과 같은 전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는 정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선적으로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지지와 성원이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평양 사태로 북한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번 평양 원정에서의 ‘깜깜이 경기’로 스포츠를 통한 남북 간의 평화 프로세스 구축은 더욱더 깜깜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