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신라젠, 헬릭스미스, 강스템바이오텍. 바이오업계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관련해 투자한 사람들이라면 모를 리 없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 모두 한국바이오업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올해 6월 이후 들어 임상실패로 바이오업계가 그린 청사진에 찬물을 끼얹은 기업이란 꼬리표가 달렸다.
포문은 에이치엘비가 열었다. 에이치엘비는 올해 6월27일 ‘리보세라닙’의 위암 임상 3상 결과, 1차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에이치엘비는 2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 등이 좋았다며 신약승인 기대감을 여전히 내비쳤다.
8월2일엔 더 큰 파장이 일었다. 바이오 대장주인 신라젠이 치료제로서의 가치를 따지는 무용성 평과를 통과 못해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로부터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시험 중단을 권고 받았다.
이어 9월24일엔 헬릭스미스의 ‘VM202(엔젠시스)’의 임상 3-1상 중 약물혼용 논란이 생겼다. 위약군에선 엔젠시스가 검출되고 일부 엔젠시스군에선 엔젠시스 DNA 양이 기대치 이하로, 명확한 결론 도출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스템바이오텍마저 10월25일 ‘퓨어스템 AD주’의 임상 3상에서 1차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대신 반복투여 임상과 병용요법 비교임상으로 반전을 꾀하겠다고 주장했다.
물론 세상에 없던 새로운 약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어찌 보면 하늘의 별 따기만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만 사실상 실패임에도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임상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 마치 실수인 냥 미흡한 부분만 보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고문’적인 태도 등이 문제다.
임상결과를 알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용기 있는 행동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실패를 확실히 인정한 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지 계획을 밝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압수수색과 같은 일련의 사태들과 관련해 괜한 눈속임의 달콤한 말들로 포장하는 데 급급해선 안 된다. 그 속은 곪아 터져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 순간에도 ‘도덕성’을 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 등의 말들처럼 성공을 위해서 실패도 필요한 요소인 만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문화까지 정착되길 바란다.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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