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라젠을 위한 성숙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자수첩] 신라젠을 위한 성숙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0.11.24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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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은 한 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까지 이름을 올렸지만, 지금은 상장폐지 기로에 놓여 있다.

신라젠은 유전자재조합 백시아나 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암물질인 ‘펙사벡’을 기반으로 다양한 항암신약을 연구하는 바이오기업이다.

신라젠은 2016년 12월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며, 일반청약 기준 1주당 공모가는 1만5000원이었다. 이때만 해도 신라젠이 지금처럼 주식 시장에서 뜨거운 종목이 될 줄은 몰랐다. 보통의 바이오기업처럼 연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의 힘을 빌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신라젠은 주식 시장 등판 후부터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존재였다. 실제 신라젠은 상장된 지 1년 동안 718.11%라는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2017년 8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약 3개월 만에 신라젠의 주가는 2만대에서 1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때문에 이전까지는 제약바이오 분야 종사자거나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를 주로 해왔던 투자자들만 신라젠의 존재를 알았다면, 이제는 다수의 국민이 한 번쯤은 들어봄직한 바이오기업이 됐다.

이러한 가파른 상승세는 신라젠이 2019년 8월2일(현지시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로부터 ‘펙사벡의 글로벌 간암 임상 3상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임상 중단은 신약개발에 있어 비일비재한 일이다. 다만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이 신라젠의 주가를 끌어올린 터라, 투자자들은 임상 중단 자체만으로도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문은상 전 대표 등 신라젠 전 임원들이 ‘펙사벡’의 임상중단 권고 전에 주식을 팔아 부당한 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됐다.

결국 신라젠은 2020년5월4일부터 주식매매거래가 정지됐으며, 현재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의 상장폐지 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17만명에 달하는 신라젠의 소액주주들이 직접 신라젠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소액주주들은 힘을 모으기 위해 모임·단체를 만든 후 한국거래소 앞 대규모 집회와 2인 릴레이 시위, 청와대 앞 기자회견과 국민청원, 기심위원·세계거래소연맹회장 대상 호소문 발송 등을 통해 줄곧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해 왔다. 이들은 거래재개가 이뤄질 때까지 자신들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물론, 주주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번 돈을 투자했는데 손해를 본 데 이어 타의에 의해 수개월째 묶여있으니, 답답한 마음에 길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심위의 냉정한 판단을 기다려야 할 때다. 그동안 주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충분히 노력했기 때문에, 차분하게 숨을 고르면서 결과를 기다리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