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근로 개선법도 통과… 화물 훼손 시 사업자 연대 배상
국회가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과 택배 노동자 보호법, 정인이 사건 방지법 등 법안을 포함해 총 26개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오전 정부 대상 코로나19 방역·백신 긴급현안질문에 나섰던 입법부는 오후에는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 등에 나섰다.
본회의를 통과한 대표적 법안은 △사업장 내 안전관리 미흡으로 발생하는 사망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택배 등 생활 물류 서비스 사업을 법·제도화하고 택배기사 등 종사자를 과중한 업무로부터 보호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 △최근 입양 아동 학대 사망 사건으로 아동학대 방지와 처벌 강화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른 아동학대처벌법·민법 개정안 등이다.
먼저 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1명 이상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에게 사망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또 부상·질병에 대해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나아가 감독 의무를 위반한 법인이나 기관은 사망 사고의 경우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부상·질병의 경우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으로 사업주와 법인 등이 중대재해로 야기된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기도 했다. 다만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근로자 50인 미만의 사업장에는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이번 제정법에는 대중교통시설·공중이용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처벌을 위해 '중대시민재해' 개념도 도입했다. '중대시민재해'로 인한 사업자나 법인 등에 대한 처벌 내용은 '중대산업재해'와 동일하다. 다만 처벌 대상에서 근로자 10인 미만의 소상공인과 1000㎡ 미만 사업장, 학교, 시내버스 등은 제외했다.
택배기사 등 생활물류서비스산업 종사자의 권익증진을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도 가결했다. 전자상거래 발달로 택배·퀵배송 등 생활 물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의 체계적 육성·발전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제정안은 △택배 서비스 사업 및 소화물 배송 대행 서비스 사업을 포괄해 '생활물류서비스사업'으로 명시 △택배 서비스 사업 등록제와 소화물 배송 대행 서비스 사업자 인증제 도입을 통한 생활물류서비스사업의 법적 제도화 등이 골자다.
또 택배 서비스 종사자 보호를 위해 물류 인프라(시설)를 확충하는 등 안전 대책을 강화하도록 했다. 위탁 계약 갱신 청구권은 6년간 보장했고, 표준계약서 작성·사용을 권장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나아가 택배 서비스 종사자가 고의·과실로 화물을 분실·훼손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택배 서비스 사업자에게 연대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소비자 보호 규정도 뒀다.
아동학대 방지및 처벌 강화를 위한 두 건의 개정안도 정부로 이송된다.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신고하는 즉시 지방자치단체 또는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 △사법경찰관이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현장 출동 후 출입할 수 있는 장소를 학대 신고 현장뿐 아니라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장소'로까지 확대 △사법경찰관이 현장조사를 할 때 피해 아동이나 신고자를 아동 학대 행위자와 분리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피해 아동 보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피해 아동에 대한 응급조치 기간 상한인 72시간에 토요일과 공휴일이 포함되는 경우 48시간의 범위에서 응급조치 기간을 연장 가능 △피해 아동 응급조치 시 아동 학대 행위자의 주거지나 차에 출입 가능 △아동학대 범죄 관련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경우 현행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벌금형을 상향 등도 주요 내용이다.
민법 개정안은 그동안 아동학대 가해자의 항변사유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됐던 민법 915조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했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의 일환인 '해양경찰법'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해양경찰청장의 과도한 권한집중 방지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이번 개정법은 △해양경찰청장이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 수사에 있어서 예외적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수사부서의장을 통해 개별사건 수사에 대한 지휘·감독 가능 △수사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수사부서장을 해양경찰청 외부를 대상으로도 모집해 임용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외부 인사 출신일 경우 중임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소상공인법' 개정안도 본회의에서 가결시켰다. 그동안 소상공인이나 전통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 사업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책 수요자인 소상공인이 지원 사업을 알지 못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다는 평가다.
이번 개정안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사업에 소상공인·전통시장 지원 정책의 홍보·평가를 추가했다. 소상공인의 정책 접근성을 높여 정부 지원을 보다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또 개정법은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의 용도에 소상공인 세무·회계 처리 지원을 추가해 소상공인의 세무·회계처리 비용 부담도 줄였다.
여야는 보험 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전산정보 자료를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또 고용보험료·산재보험료 등의 연체금 비율·상한을 국민연금보험료·국민건강보험료 연체금 비율·상한과 동일하도록 정비한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도 통과했다.
여야는 법안 표결에 앞서선 이춘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신임 국회 사무총장 임명 승인안도 처리했다. 이 신임 사무총장은 부산시장 보궐선거 준비를 위해 퇴임한 김영춘 전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