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T 우승…사죄한 구단주
[기자수첩] KT 우승…사죄한 구단주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1.11.05 0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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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위즈가 창단 8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리그 첫 우승을 차지했다. 축하 파티를 열어야 할 상황에서 구단주(구현모 KT 사장)는 반대로 전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31일 KT위즈는 극적으로 1위가 돼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같은날 모기업인 통신사 KT는 축제와 마케팅 준비가 아닌 사과문과 보상안을 준비해야 했다.

이유는 전국민을 패닉에 빠트린 ‘통신 먹통’이다. 이 사태는 야구 우승을 확정짓기 전인 10월25일 발생했다. 이날 KT 유·무선 인터넷망 사용자들은 89분간 통신장애를 겪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KT는 우왕좌왕했다. 처음엔 ‘디도스’를 이유로 들었다가 ‘업무상 오류’로 정정했다. ‘인재’였다. 어이없는 인재가 전국을 혼란케 만든 것이다.

KT위즈 구단주이면서 통신사 CEO인 구현모 사장은 사고발생 이후 4일째 되는 날(10월28일) 기자들 앞에서 “재발방지대책과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다시 4일 후인 11월1일, 사고발생 8일 만에 대책안과 보상안을 내놨다. 그렇지만 여론은 또다시 분노했다. 피해 보상금액이 일반은 1000원대, 자영업자는 7000원대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힘든 건 이미 3년전 ‘인재’로 같은 일이 발생했음에도 대처를 하는데 8일이나 소요됐다는 점이다. 당시 시나리오를 잘 짰다면 이번 사태는 바로 대응이 가능했어야 했다. 3년 전 서울 아현동 통신구 화재사고를 계기로 만든 매뉴얼은 어디로 간 것일까.

게다가 구 사장은 KT가 공식적으로 만든 사과 자리에는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 이미 앞서 사과를 하며 꽤 구체적인 얘기를 내놨다는 게 이유다. 구 사장은 결국 대책 및 보상안 발표날(11월1일) CEO 직속 임원진만을 내세운 체 자신은 보도자료를 통해서만 사과 메시지를 남겼다. 기업으로 인해 사회적인 큰 문제가 생겼을 때 여느 대기업이 총수 또는 대표이사가 직접 나선 것과 완전 비교 된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은 “통신사를 옮기자”, “KT의 근간인 통신사업도 못하면서 탈통신을 외치는게 우습다”, “이제는 과감한 변신과 경영진을 쇄신해야 한다”고 KT를 맹비난했다. 특히 1000~7000원대 보상비 관련해서 정치권까지 합세, 비난하면서 오히려 400억원을 내놓고도 욕먹게 됐다.

물론 KT가 없는 규칙까지 만들어 피해보상에 나선 것은 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지면 규칙도 바꾸는 게 당연하다. 현재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기업은 당연히 계산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정해놓은 명확한 계산 보다는 철저히 피해자 쪽에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가입자와 소상공인이 피해액 규모를 계산할 수 있게 맡겨보자는 얘기다.

KT위즈가 올해 우승한 비결은 ‘믿고 맡김’이었다고 한다. 야구도 데이터가 중요하지만 이강철 KT위즈 감독은 데이터보다는 선수들을 믿고 맡겼다. 믿음이 숫자를 이겼다. 야구 1위 비결이면 ‘통신 먹통’ 사태로 추락한 KT 이미지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한국시리즈까지는 약 2주다. 여느 구단주처럼 구현모 사장이 최종 우승 세레머니를 할 수 있을까.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