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코스닥시장위원회(코시위)의 상장폐지 여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신라젠의 주변 공기가 무겁다.
업계 안팎에선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만큼 결과를 뒤집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심위에서 상장폐지가 내려진 기업 중 코시위에서 거래재개로 결과가 뒤바뀐 사례가 아직 없어서다.
때문에 주주들의 분노의 화살은 신라젠과 한국거래소로 향해 있다.
주주들 입장에선 거래가 정지된 것도 억울한데 20여개월을 기다린 결과가 결국 상장폐지라는 것에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일부 주주들은 신라젠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질 것을 알고도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물론 상장폐지된 데 대한 책임소지를 분명히 하고 싶은 심경은 이해가 된다.
한국거래소 역시 도마에 올랐다. 기심위가 기업들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서를 기초에 두고 이행내역들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리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신라젠은 최대주주 교체(경영투명성)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재무건전성), 매출 발생 등 일정 요건을 충족시켰다. 하지만 경영개선계획서상 기재했던 임상 종료 시기를 맞추지 못했다. 한국거래소는 이 부분을 꼬집으며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이나 임상·연구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이자 단순히 서류만 들여다본 허울뿐인 심사라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점차 퇴색되고 잊히는 모양새다. 20여개월 전 왜 신라젠의 주식매매거래가 정지됐고 그 거래정지의 빌미를 누가 제공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닌 형국이다.
다시 짚어보자면 신라젠 거래정지의 직접적인 사유는 지난 2014년 이른바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불리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인수다. 당시 상장 담당자는 이런 방식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신라젠이 받아든 결과는 거래정지였다.
신라젠은 상장 전 발생한 혐의로 거래정지를 맞은 데 이어 임상 종료 시기를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상장폐지 기로에 선, 기술력을 입증하지 못한 회사로 전락했다.
한국거래소의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식의 업무 처리가 신라젠과 신라젠 주주들에겐 희망을 빼앗아버렸다. 더욱이 한국거래소는 “제2, 제3의 신라젠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바이오기업들의 상장 문턱을 높이는 동시에 상장 전의 일까지 들여다보고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라젠의 마지막 일주일이 신라젠과 주주, 나아가 바이오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유심히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