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투자'라는 개념이 요새 부각되고 있다. 하나의 작품을 사는 것은 너무 거액이 들어가지만, 아주 작은 조각 정도로 쪼개 여럿이 사들이면 부담이 적다는 취지다. 요즘 미술품이나 한정판 명품에 쓰이면서 각광받는 개념이다.
급기야 음악 저작권 투자에도 관심갖는 이들이 생기고, 그런 방편도 나타났다.
일명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투자 플랫폼'이라는 뮤직카우가 그것이다. 대표적인 음악 투자 플랫폼이지만, 금융 당국이 이 같은 투자 방법이 자본시장법 위반인지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고 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저작권 자체가 아니라 저작권으로부터 수익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일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매매하는 게 뮤직카우의 골자다.
투자자들은 지분 비율에 따라 매월 저작권 수익을 나눠 받고, 본인이 산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넘길 수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누적거래액이 3600억원을 넘었고, 누적회원수도 100만명이나 된다. 이미 꽤 활성화된 시장에 새삼 금융 당국이 고리타분한 잣대를 갖다 댄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실제 저작권이 아닌 일종의 '권리 증서'의 거래라는 점을 고려하면 답은 명확해진다. 증권의 성격을 띠고 있으니 자본시장법 적용을 검토하여야 한다. 실제로 청구권을 1주, 2주 단위로 투자하는 데다 투자자를 '주주'라고 부른다는 점에서도 보통의 다른 증권 혹은 주식 거래 시스템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개념상 새로운 투자상품이라 금융 당국의 사전 검토를 받았어야 하지만, 여태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대목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숨통을 틔어 주자는 주장도 나오고, 제1금융권과 제휴를 맺고 투자자 명의의 실명계좌를 도입하거나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발행주체를 현재 뮤직카우에서 특수목적회사(SPC)로 넘겨 소비자보호를 기한다는 구상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지만, 먼저 저질러 놓고 나중에 규제 완화, 대못 뽑기, 혁신산업 육성 등 미명으로 포장하는 것은 분명 지양해야 할 태도다.
이 거래의 속성이 증권이라고 결론지어질 경우, 거래정지를 포함해 어떤 식으로든 사업 형태가 수정될 수 있어서 뮤직카우뿐만 아니라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조각투자 업체들까지 결론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그보다 중요한 건 조각투자 업계의 반발 가능성이나 산업의 존망이 아닌, 금융 전반의 준법질서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신산업 선도자라는 위치에서 뮤직카우는 물론 금융 당국도 앞으로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