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이 1년에 한 번 자신들이 소속돼 있는 상임위원회 담당 정부부처와 산하기관들을 대상으로 지난 1년 동안의 운영현황을 살펴보고 보완·개선돼야 할 부분을 지적하는 ‘정기국회의 꽃’이다.
특히 올해 국정감사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 진행되는 것으로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보고하고 국민의 대변인이라는 국회의원들로부터 제언을 듣는 자리로 여겨진다.
때문에 여·야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책 국감’을 다짐했다. 기업들의 이슈·논란을 앞세워 호통하기보다는 정부의 정책·제도를 점검하고 비판하자는 의미다.
그럼에도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여러 상임위원회의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외에도 포스코·오뚜기·교촌·bhc·BBQ·삼성전자·대우조선해양·동국제강·LG생활건강·신세계프라퍼티 등 다양한 산업군의 대표 또는 임원이 출석을 요구받았다.
이후 증인신청을 한 국회의원들의 철회로 다수가 국감장에 나서진 않게 됐지만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잇따른 기업 증인신청과 채택으로 ‘정책 국감’ 다짐이 무색해졌다.
게다가 송호섭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대표와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은 각각 발암물질 굿즈 논란과 컵반 수입산 쌀 변경으로 국감 증인석에 올라 국회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송호섭 대표는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머 캐리백에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면 해당 사실을 은폐했을 거라는 점으로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게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사안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임형찬 부사장은 쌀값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인데 가격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미국산 쌀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았다. 이 또한 국정감사에서 다룰 사유인지 물음표가 찍힌다.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가의 정치·행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하고 보완·개선할 수 있도록 방향에 대해 짚어주는 국회의 핵심활동이다. 사회적 이슈·논란들과 연관된 기업들을 소환해 잘잘못을 따지고 호통을 치는 게 국정감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기업들의 대표들을 채찍질하고 이들을 앞세워 불필요한 정치공세를 펼쳐서는 안 된다. 국민이 정부에 직접 건의할 수 없는 부분을 전달하고 호소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무라는 사실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국회는 국민의 대변인이며 국정감사는 국민의 신문고라는 점을 잊지 말고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