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건강보험 준비금이 단 한 달분만 남을 것으로 전망돼 정부지원 일몰 폐지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건강보험 재정전망 및 정부지원 법 개정 필요성’ 자료에 따르면, 당장 내년부터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적자로 전환된다.
2021년 20조2000억원이던 준비금(누적수지)은 2026년 9조4000억원으로 5년 만에 53.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6년 준비금 9조4000억원은 한 달 급여비에 해당한다.
건보공단은 재정전망의 주요 수입 가정으로 ‘부과체계 2단계 개편’과 ‘소득세제 개편’을 반영했다.
부과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재산보험료 공제 확대, 소득 정률제 도입 등 기본안에 더해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 단계적 경감 조치(최저보험료 인상 세대·소득요건 피부양자 탈락자)를 감안했다. 소득세제 개편에 대해서는 직장가입자의 식대 비과세 한도 확대(최대 10만원→20만원) 효과를 추산했다.
재정전망의 주요 지출 가정으로는 ‘고령화’와 그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를 반영했다.
건보공단은 “우리나라의 경우 2025년에 고령자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며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급여비 증가가 둔화됐으나 고령화, 만성·중증질환 증가, 의료이용 회복 등으로 급여비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보공단은 이에 더해 △보험료인상률(2023년 1.49% 결정 반영, 2024년 이후 2023년 수준 가정) △정부지원율(2022년 14.43%, 2023년 이후 보험료수입의 14.40% 반영) △수가인상률(2023년 1.98% 결정 반영, 2024년 이후 2.09% 유지 가정) 등 세 가지를 전제했다.
건보공단은 준비금 고갈 방지를 위해 ‘정부지원 법 개정 필요성’을 지적했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와 건강증진기금으로 지원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 지원은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수준이며 그마저도 부칙의 일몰규정에 따라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이뤄진다.
건보공단은 “예상수입액, 예산의 범위 내, 상당하는 금액 등 불명확한 규정으로 지원액이 법정기준에 매년 미달하고 있다”며 “한시적 지원 규정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 운용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몰 규정에 따라 정부 지원이 중단되는 경우 ‘급격한 건강보험료 인상’에 따른 국민부담이 우려된다”며 “국민부담을 고려해 보험료율 인상이 아닌 현재 누적적립금을 활용 시 단기간 내 준비금 고갈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소득세제 개편과 같은 예상하지 못한 정부정책 변화로 인한 보험료 수입 감소 영향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 건강보험에서 부담한 지출사항은 국가에서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미 국회에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지원 기준을 명확화하고 부칙의 일몰규정을 삭제하도록 하는 5개의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재정당국은 사회보험의 원칙상 보험료 수입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정부지원 지속여부를 국가 재정상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도록 일몰조항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 아래 정부와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 건강보험 ‘정부지원 법 개정’ 처리를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춘숙 의원은 “당장 내년이면 건강보험 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지난해 기준 20조2000억원이던 준비금은 2026년 9조40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난다. 정부지원이 중단되면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국민 부담이 가중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건강보험 정부지원 확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만큼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정부·여당도 정부지원 일몰규정 폐지에 조속히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