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챔피언을 가리는 한국시리즈가 열기를 뿜고 있다. 오늘(7일) 저녁 5차전이 열리는 가운데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2승2패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시리즈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묘사된다.
그도 그럴 것이 SSG는 올 시즌 개막전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단 하루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은 강팀이다. 이는 40년 프로야구 역사상 첫 사례다. 그만큼 투타에서 안정적인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키움은 시즌 내내 부침을 겪으며 3위를 차지한 뒤 준플레이오프에서 5경기,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를 치르고 힘겹게 올라왔다. 특히 ‘홈런왕’ 박병호와 ‘주전 포수’ 박동원 등 주요 선수들이 FA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난 뒤 그 자리를 다른 팀에서 떠밀리듯 옮겨온 선수들이 채우고 있어 전력의 차이는 더 크게 느껴진다.
실제로 이번 시리즈에서 키움의 타선을 이끌고 있는 김준완과 이용규는 다른 팀에서 방출된 선수고, 김태진과 전병우는 트레이드 당시에도 핵심 선수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 메이저리거 김하성과 2014년 입단 동기인 임지열은 1군보다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은 선수였다.
주요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키움의 선전을 바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른바 '언더독' 효과다.
‘언더독’의 사전적 의미는 생존경쟁 따위의 패배자, 낙오자 또는 사회적 부정이나 박해 등에 의한 희생자, 약자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른바 ‘개싸움’에서 위에 있는 개(Top dog)가 우위를 점하고, 아래에 있는 개(Under dog)는 열세를 보인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이번 한국시리즈처럼 스포츠 경기에서 특별하게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없을 때 약한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게 되는 경우에 사용된다. 누가 봐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약자’가 ‘강자’를 쓰러뜨릴 때 사람들은 환호한다. 여기에 ‘언더독’이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이 같은 결과를 이뤄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더해지면 감동은 배가 된다.
비단 스포츠나 영화, 드라마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누구나 ‘언더독’이 될 수 있다. 현실 세계는 경쟁의 연속이고, 경쟁 뒤에는 승패와 순위가 가려지기 마련이다. 어느 노래 가사에 나오는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모름지기 ‘언더독’ 효과는 예상을 벗어날수록 더 극적이다.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걱정하고 있을지 모르는 우리 사회 수많은 ‘언더독’들의 반란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