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장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임기 내 마지막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이란 결실을 남겼다. 이로써 축구계 범현대가 명맥 유지가 가능해졌다.
정 회장은 지난 2013년 협회장에 취임한 뒤 2연임했다. 그동안 2014 브라질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치렀다. 하지만 16강 진출에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정 회장의 협회장 임기는 오는 2025년 1월까지다. 정 회장은 3차례 도전 만에 결국 16강 진출이란 결실을 맺었다. 이번 결과는 정 회장이 범현대가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축구협회를 이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트남 축구 전문매체 봉다플러스(Bongda+)에는 최근 파울루 벤투 한국대표팀 감독과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는 정 회장의 한국 축구계 운영 방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기사를 보면, 정 회장은 범현대가 주최한 행사에 벤투 감독을 초청해 자동차, 중공업 등 현대가 일군 수출 역사를 들려주며 세계에서 초청받는 국가대표팀을 강조했다. 한국대표팀이 세계적 대회에 자주 출전하며 국제 축구계에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번 월드컵에서 벤투 감독에게 8강, 4강 등 구체적 성과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기사를 미뤄 볼 때 정 회장은 한국대표팀의 월드컵 출전만으로도 성과를 달성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일부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안일한 목표 의식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은 벤투 감독에게 지난 대회 보다 높은 성적 달성이란 부담을 덜게 했다. 실제 브라질전을 앞두고 벤투 감독은 “잃을 게 없다”며 오히려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범현대가 경영 DNA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 회장은 그동안 2연임을 해 더 이상 협회장 연임을 할 수 없다. 범현대가 내 마땅한 인물도 없다.
‘경우의 수’는 복잡하지 않다. 현대일가는 아니지만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권 회장은 현재 K-리그를 운영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맡고 있다. 권 회장이 협회장을 맡으면 한국 축구계 범현대가 경영 DNA를 이을 수 있다. 다만 축구협회장 선거일 기준 만 70세 미만으로 제한 된 후보 자격이 문제다. 그는 올해 만 71세다. 정관 변경이 유일한 방법이다.
정 회장이 이번 월드컵 16강 진출로 정관 변경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축구협회는 1990년대 들어 범현대가와 함께 했다. 축구협회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프로축구팀 울산현대 코치·감독을 역임한 조중연 전 회장, 정몽규 회장으로 범현대가 경영 DNA 명맥을 유지했다. 권 회장이 차기 협회장이 되면 축구계 범현대가 명맥 유지의 꿈은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