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저하된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로 곡소리를 내던 카드사들이 역대급 '성과급 파티'를 열었다.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 등 디마케팅(자사 상품에 대한 소비자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것)에 돌입했던 카드사들의 배신으로 읽힌다.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2022년 4분기 카드 승인실적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109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0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카드사들은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고유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해 왔다.
여기에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조달 금리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했다.
실제 카드사들은 은행처럼 자체 수신 기능이 없어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로 자금의 70%를 조달하는데 지난해 11월 기준 여전채 금리는 6%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포인트(p)나 급증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고육지책으로 무이자·할부를 축소하고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했다.
다만 최근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이 부상하면서 여전채 금리는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올 초 여전채 금리는 4%대로 하락했다.
그런데도 카드사들의 대출 금리는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법정 최고 수준인 18%대에 육박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드사 4곳(삼성·신한·KB국민·비씨카드)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5.34%다.
금리가 가장 높은 삼성카드(17.70%)의 경우 법정 최고금리(연 20%) 수준에 근접한다.
매달 신용카드 대금을 나눠 갚는 결제성 리볼빙의 평균 금리는 17.68%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2621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해 동안에만 1조2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는 당장의 카드값을 감당할 수 없는 취약차주가 법정 최고금리 수준의 이자를 부담하며 생활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실적 호조를 이유로 성과급 파티를 열었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등도 전년보다 늘어난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이다.
앞에서는 수익성 악화 우려에 징징대고 뒤에서는 고금리 장사를 이어오고 있는 카드사의 성과급 잔치에 배신감마저 든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 추구다. 기업의 이윤은 소비자로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