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당대표 사법 리스크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비롯한 당 소속 인물들의 부정부패 의혹, '친명'과 '비명'으로 대표되는 계파 갈등 등 여러 가지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친낙계 인사 박광온 원내대표가 당선된 후 '쇄신 의총'을 열어 판을 깐만큼,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해 당의 수술을 맡기겠다는 것이 이들의 취지였다.
민주당이 혁신위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은 명확하다. 혁신위에게 운전대를 맡겨 친명-비명으로 대표되는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총선 준비 태세에 들어가겠다는 것. 하지만 현재 운전석은 비어 있는 모습이다.
혁신위는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출범 당시 "나는 정치권에 빚이 없는 사람이다"며 "당연히 친명도 비명도, 친문도 아니다"고 발언했던 것과 달리 곧바로 '친명 논란'에 휩싸였다.
여권과 비명계 인사들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혁신위원으로 활동하는 김남희 변호사, 윤형중 LAB2050 대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지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이해식 의원, 이선호 울산광역시당 위원장 등 이재명 대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 있는 이들이 대다수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혁신위는 비명계 황희 의원을 추가 인선했지만 사실상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이재명 호신위'라는 혹평을 받으며 별다른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말하면 '명분'이 약화된 셈이다.
당이 혁신위에 보조를 맞추지 않는 것도 문제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2차 비공개 회의 후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내고, 향후 체포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민주당의 후속조치는 감감 무소식이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은 물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언급했을 만큼 자주 거론하는 소재다. 그럼에도 당은 혁신위 제안에 별다른 후속조치를 내놓지 않았고, 이는 혁신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에 휩싸이도록 했다.
지금 혁신위의 존재감은 여의도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당내 갈등 봉합도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저녁 회동하는 등 '정치적으로' 풀어가는 모습이다.
'김은경 혁신위'는 혁신위원장의 이름까지 내걸었지만 사실상 당에 소속된 일종의 '특위'에 그친 모습이다. 혁신은 당에 귀속될 수 없다. '혁신위 무용론' 불식을 위해 지도부가 호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