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러브콜을 보냈지만 아직 답이 없다. 과연 쇄신할 수 있을지 관망하는 것 같다.
최근 간판을 바꾼 ‘한국경제인협회’를 둘러싼 이야기다. 한경협은 지난 19일 표지석 제막식을 열고 55년간 사용한 명칭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버리며 새롭게 출발했다. 새 슬로건은 ‘한국 경제 글로벌 도약의 중심’이다. 대한민국의 주요 7개국(G7) 대열 진입 및 글로벌 퍼스트 무버 도약에 앞장서고 중추적 역할을 위해 글로벌 싱크탱크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한경협은 지난달 임시총회에서 전경련에서 한경협으로 명칭변경 안건을 의결하고 ‘전경련과 한국경제연구소 간 통합 합의문’을 채택했다. 기존 한경연의 조직·인력·자산·회원 등을 모두 승계하는 방식이다. 이에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사는 유지했던 삼성·SK·현대차·LG 등 4대그룹도 한경협으로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다. 또 한경협은 쿠팡, 네이버, 카카오, 우아한형제들, 하이브 등 IT·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게 회원사 가입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경협의 이번 표지석 제막식 자리에 4대그룹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주요 기업인은 류진 풍산그룹 겸 한경협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뿐이었다. 또 새롭게 합류한 회원사 발표도 없었다.
한경협이 쇄신약속과 함께 새 비전을 발표했지만 아직 신뢰를 주진 못한 탓이다.
오히려 4대그룹을 복귀시켜 문제가 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국정감사에 4대그룹 총수 소환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달 예정된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김병준 전 한경협 회장직무대행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과거 전경련과 선을 긋겠다고 약속하고선 재가입 했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증인명단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기업들에겐 부담이다. 억울하기도 하다. ‘전경련-한경연 합병’으로 인한 복귀에 ‘탈퇴’를 적극 외치지 못한 건 정권 눈치보기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새 출발을 외친 한경협도 난감한 처지다.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꾀했지만 제대로 뛰어보기도 전에 위기에 처했다. 좀 더 쇄신과 변화의 시간을 보내고 자연스럽게 합류시켰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한경협이 이 난관을 어떻게 이겨낼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