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이 1년에 한 번 자신들이 소속된 상임위원회의 담당 정부부처와 산하기관들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의 운영현황을 살펴보고 보완·개선돼야 할 부분을 지적·요구하는 ‘정기국회의 꽃’이다.
올해 국정감사는 내년 4월10일에 실시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다. 때문에 그동안과는 다른 제대로 된 ‘정책 국감’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너무 큰 기대인 걸까? 올해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들을 대상으로 호통이 나오는 국정감사가 예상된다. 이미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된 기업 경영진들만 수두룩하다. 유통업계를 기준으로 환경노동위원회는 이강수 샤니 대표·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 등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김호연 빙그레 회장·조성호 공영홈쇼핑 대표 등을, 정무위원회는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문영주 투썸플레이스 대표 등을 각각 증인으로 불렀다. 직원 안전사고·과도한 수수료 등이 사유다. 여성가족위원회는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허연수 GS리테일 대표·구지은 아워홈 대표를 증인 명단에 올렸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오픈마켓 배송비 정책과 관련해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전항일 지마켓 대표·강한승 쿠팡 대표 등을 소환했다.
물론 증인·참고인 명단을 보면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기업들에 속한 경우가 상당수다. 이에 증인·참고인으로 소환된 기업들의 경영진을 옹호할 수 없다.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개선하고 보완해야할 부분은 확실히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의 역할에 비춰봤을 때 국회의원들이 기업들을 상대로 언성을 높이고 책임을 묻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올해 국정감사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여·야간 대립이 극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사전 샅바싸움 일환으로 여·야 의원 등과 연관된 각종 이슈를 국감장 안으로 끌어들여와 흠집 내기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다.
국정감사의 사전적 의미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이다. 헌법 61조에는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말 그대로 국가의 정치·행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비판하고 보완·개선을 요구하는 게 국정감사다. 사회적 이슈·논란들과 연관된 기업들을 소환해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잘잘못을 따지고 호통을 치는 건 국정감사가 아니다. 모쪼록 올해는 다르게 전개되길 기대해본다.